유람선 하나 없는 관광 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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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람선 하나 없는 관광 완도
  • 박남수 기자
  • 승인 2023.08.09 16: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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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완도=박남수 기자] 여기를 가 본 이가 몇이나 될까? 내 꺼 귀한 줄 모른다. 그래서 밖에 있는, 멀리 있는 유명한 데만을 찾고 감탄한다. 완도에는 금당도가 있고 섬을 삥 둘러 그야말로 신선이 노닐 만하다. 여기 사람들은 흔들바위, 코끼리바위 아래서 지거리(계모음)를 했다. 뻐치디 뻣친 징한 놈의 노동을 잠시 잊고 술에 취하고 노래하며 하루를 보내다 다시 삶의 현장으로 돌아갔다. 섬섬 어디든 사람들이 박혀 산으로 밭을 일구고 바다를 논으로 여기며 살아왔다. 그런데 이제 빈 학교와 허물어진 집과 기울어가는 축대만이 옛 흔적을 말해준다. 여기도 사람이 살았다고.

촌스럽고 낡은 색을 지우고 그 위에 세련된 색을 덧칠해 왔다. 청산도가 그렇고 신지 명사십리가 그랬다. 적어도 이제는 남이 아닌 나와 우리 이야기를 찾을 때다. 어쩌면 민족의 큰 아픔이자 비극이었던 반공의 추억마저 우리의 자산일 수 있다. "김일성을 때려잡자" 적었던 해안가 낡은 시멘트 구조물도 훌륭한 역사수업의 현장이 될 수 있다. 깨끗이 철거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왜냐면 여차하면 이를 세련된 LED 전광판으로 대체하는 시대가 다시 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멋진 풍광과 역사 학습장을 우리는 쉽게 다가갈 수 없다. 유람선 하나 없는 게 현실이니까. 하물며 한창 자라는 우리 주변의 아이들이 어찌 금당팔경과 금당 사람들의 역사를 알겠는가? 그들은 완도에서 태어나 자랐지만 우리는 그들을 고향 없는 아이들로 키우고 있는 지도 모른다.

완도군청에도, 완도교육지원청에도, 한전에도, 완도해양경찰서에도, 완도수고에도 (아마도 장보고부대에도) 커다란 배(행정선)들이 있다. 방학이니 영어캠프도 좋겠다. 하지만 텅 비어 바닷물에 부식돼 가는 그 많은 행정선에 우리 아이들을 태워 완도 이곳 저곳을 보고 가슴에 담도록 하는 건 어떤가? 서울로, 뉴욕으로 유학간 우리 아이들이 네이버 검색 내용으로 친구들에게 금당팔경, 여서도, 황제도를 소개하도록 할 수 없지 않겠는가?

2012년 8월 4일 금당도 금당팔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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