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완도=박남수 기자] 수고 뒷산 꽃 보고 내려오는데 꼬부랑 할머니 혼자 일하신다. 호미 들고 뭔가를 심는다. 하나라도 흘리지 않을 것 같이 굳게 쥔 왼손에 콩 가득 들었다. 땅을 파고 콩 하나를 넣고 흙으로 덮기를 반복한다. "왜 이제 심으세요?" "글쎄, 남들은 다 콩 딴디 나는 심거" 그리곤 아무 말씀 없다. 흙을 파고, 콩 하나를 넣고, 다시 흙으로 덮기를 계속하신다. 오는 길에 생각했다. 어쩌면 집에 있는 거보다 겨우내 흙속에 들어있는게 더 안전할지도 모르겠다고. 결국 콩 심은 디 콩 나고, 팥 심은 디 팥 나는 거 아니겠어? 근데 저거 콩이야 팥이야? 왜퐅 같기도 하고.
2011년 11월 3일 완도 가용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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