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바른 행정의 시발점은 주민의견 경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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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바른 행정의 시발점은 주민의견 경청이다
  • 굿모닝완도
  • 승인 2021.05.31 2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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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문어 금어기 지정은 주민 의견 무시한 사례
이철 전남도의원
이철 전남도의원

필자의 고향은 완도 청산이다. 청산도는 최근 들어 아시아 최초의 슬로우시티 지정, 영화 서편제, 드라마 봄의 왈츠, 유채 꽃밭, 구들장 논 등 최고의 관광지로 각광받고 있지만, 이곳은 과거 고등어 파시가 형성 된 우리나라 최고의 어업 전진기지였다.

1930년대부터 1970년대 후반까지 고등어, 삼치 등 수산물을 잡기 위해 수백 척의 배가 청산 도청항에 정박하였으며 이로 인해 다양한 문화가 탄생하는 사회․경제적 중심지였다.

이 때문에 필자는 어류․패류․갑각류 등 수산물에 대한 지식을 자연스레 터득할 수 있었고, 의정활동을 하면서 어업인들을 많이 접하면서 새로운 사실들을 배우고 접할 수 있었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참문어는 내 고향 청산 뿐만 아니라 완도 모든 섬에서 흔하게 접할 수 있으며 초등학생조차도 참문어 산란기가 여름방학 시기라는 것을 알 정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남도는 완도 등 서남부권 어업인들의 의견을 무시한 채 획일적인 금어기를 지정해 어업인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문어의 자생복원력 향상 등을 위해 올해 5월 16일부터 6월 30일까지 46일간을 참문어 금어기로 지정하고, 지역별 어장 여건을 감안해 각 광역 지자체장이 5월 1일부터 9월 15일까지의 기간 중 46일을 금어기로 지정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이후 전남도는 참문어 금어기 시기 지정을 위하여 어민과의 간담회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였으나 어장여건이 각기 달라 5~6월을 요구하는 여수 등 동부권역과 7~8월을 요구하는 완도 등 서남부권역의 양측 의견을 좁히지 못했다.

완도 어민 측에서는 전남도에 집회시위와 성명서 발표 등 권역별 참문어 금어기 설정의 필요성을 적극적으로 어필하는 등의 노력을 보였으나, 전남도는 주민들의 의견을 조정하려는 시도도 없이 지난 13일 해양수산부가 지정한 16일이 코 앞으로 다가오자 획일적으로 금어기를 5월 24일부터 7월 8일로 지정하였다.

이는 그동안 어민들이 제시했던 의견과 경험이 무시당하는 일이며, 각자 의견이 다른 동서남부권 어민들의 지역적 갈등을 심화시킬 뿐 아니라 서남부권 어민들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성급한 결정이었다.

참문어는 이동범위가 좁은 정착성 어종이므로 동서남부간 수온차로 인해 산란시기가 서로 다른 생태특성을 반영하여 권역별로 참문어 금어기를 지정해야 한다.

실제 완도와 함께 조업하는 제주의 경우에는 타 지역과 수온이 2~3℃ 차이가 나 참문어 금어기를 8월 1일부터 9월 15일까지로 지정한 상태다.

또한, 2009년 국립수산과학원에서 발표한‘우리나라 남해안에 분포하는 참문어의 성숙과 산란’이라는 논문에서도 참문어 주 산란기가 9월이라는 연구결과를 볼 수 있다.

그렇지만 전남도에서는 동서부간의 차이를 묵살한 채 일방적으로 획일화 된 금어기를 무작정 통보하였고, 무엇보다 어민들의 생존권이 걸려 신중을 기해야 할 금어기 시기 지정에 당사자들의 의견을 들을 기회와 시간이 충분했는데도 전혀 반영되지 않은 점이 안타까울 뿐이다.

이미 해수부에서 작년 9월부터 참문어 산란기에 포획․채취 금지 기간을 신설하고 해역별 차이 반영과 지역별 금어기를 정할 수 있다는 내용의 입법예고와 시도의견을 받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동서남부권의 의견이 충돌되고 합치가 되지 못한 것은 관련 논문이나 자료가 부족한 참문어에 대한 실태조사나 연구가 전혀 이뤄지지 않은 채 법 시행만을 그저 앉아서 기다린 전남도의 안일한 행정의 결과요 무책임한 행태 때문이다.

어민을 보호하고 지켜야 할 전남도가 오히려 어민 간 갈등을 부추기는 꼴이 된 것이다.

준비되지 않은 행정에 대한 피해는 오롯이 우리 도 어민에게 돌아가게 될 것이며, 이대로 금어기가 시행된다면 서남부권 어민들의 피해는 불 보듯 뻔하다.

완도 앞바다에서 낚이는 참문어는 9월이 되어야 새끼에서 400g 이상으로 성장한 개체들이 낚이게 되고 11월이 되면 고속 성장을 하게 되는데 현재 지정된 참문어 금어기가 이대로 시행된다면 서남부권에서는 알을 밴 문어나 문어 치어를 잡게 되는 상황이 발생한다.

과연 누구를 위한 금어기 시행인가? 서남부권 어민의 생계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고 어업과 어업인들의 소득증대에 기여하기는 커녕 어족자원을 보호하려는 애초 목적과도 어긋나게 되는 금어기 시행은 오히려 자원고갈을 앞당길 뿐이다.

이제라도 수년간 문어잡이를 하며 쌓아 온 어민들의 경험과 정확한 실태조사를 토대로 동,서남부권의 어장여건에 따른 권역별 금어기가 지정되기를 희망한다.

올바른 행정의 출발은 ‘주민의견을 경청’하고, ‘주민을 위한 행정’을 만들어 가는데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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