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요금 6200만원 때문에 법정에 선 치패업자의 기막힌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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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요금 6200만원 때문에 법정에 선 치패업자의 기막힌 사연
  • 박남수 기자
  • 승인 2022.08.03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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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의 단전 조치로 수억 원 피해 발생
대출 이자 갚지 못해 집과 양식장 날리고 20년 사업 접어
치패가 한창 크고 있을 A씨의 조약도 양식장이 텅비어 있다. 
A씨는 이제 더이상 양식장에 치하(새끼새우)를 넣지 못한다. 

[굿모닝완도=박남수 기자] 지난 7월 6일 장흥법원에서 한전과 전복 치패 양식업자 간 소송이 진행되고 있었다.

한국전력공사 강진지사가 조약도(약산면) 전복 치패 양식사업자 A씨를 상대로 그동안 연체된 전기사용료(약 6,200여만 원)를 지급하라는 민사소송이었다. 이날 재판은 A씨에게 주어진 마지막 변론 기회였다.

판사가 A씨에게 전기사용로 연체된 사실과 변제할 의사가 있는지를 확인했을 때 A씨는 이를 인정했다. 그러나 지금 갚을 능력이 안 된다며 그 모든 원인이 한전에 있다고 했다.

판사가 이날 출석한 한전 과장 B씨에게 피고의 어려운 사정을 감안해 변제를 얼마 간 유예할 생각이 있는지를 물었으나, B씨는 일초의 망설임도 없이 단호하게 거부했다. 이미 세 번의 기회를 줬을 뿐만 아니라 악질이라는 표현까지 사용해 가면서. 이들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A씨가 법원에 제출한 ‘변론을 위한 소견’에 따르면, 조약도에서 전복 치패 양식사업을 해온 A씨에게 최근 몇 년은 불운의 연속이었다고 한다. 어느해 치패 사료를 잘못 사용해 치패가 전부 폐사하는 일이 일어났다. 수협에서 큰돈을 대출받아 재기했지만 사업은 쉬이 복구되지 않았다. 매년 이자 갚기에도 힘겨웠다. 더구나 연말 치패를 출하할 때마다 받지 못한 외상만 눈덩이처럼 커져갔다.

그동안 키웠던 치패 50만 미를 팔고 80만 미가 남아 있던 지난 2021년 말. 연체된 전기요금 6,000여 만원 중 절반을 갚지 않으면 단전하겠다는 한전의 최후 통첩을 받았다. 어렵게 2,500만원을 마련해 강진지사를 찾아가 통사정했지만 거절당하고 결국 전기는 끊겼다. 출하를 앞둔 치패 80만 미와 새우 50만 미가 모두 떼죽음을 당했다. 설상가상 은행 이자를 갚지 못해 양식장과 집 전체가 2022년 6월 경매에 넘어갔다.

올봄부터 A씨의 전복 치패 양식장에 물이 들어오지 않는다. 새우 양식도 할 수 없다. 그날그날 살아갈 뿐이다. A씨는 그날 판사에게 “단전으로 생긴 이 손해를 어디서, 어떻게 보상받아야 하나?” 물었지만, 판사로부터 “연체된 전기사용료에 관한 부분만 다룬다. 필요하면 변호사를 찾아 따로 소송을 제기하라”는 소리만 들었다.

짧은 변론을 마치고 법정을 나서며 A씨와 B씨는 금방이라도 붙어 싸울 것만 같았다. 동행한 부인의 만류만 없었다면.

한전이야 밀린 전기요금을 어떻게든 받아내야 했고 이를 위해 모든 법적 수단을 동원해야 했지만 그로 인해 조약도 양식업자는 모든 걸 잃었다. 한전의 조치가 과연 합당했을까?

A씨가 한전에 지급해야 할 전기사용료는 62,704,620원이다. 출하를 앞둔 전복 치패와 다큰 새우 수억 원과 그동안 일구고 가꾼 양식장과 집 그리고 그들의 미래를 잃은 댓가치고는 참 대단한 금액이다. 한전과 A씨가 붙은 민사소송의 판결선고는 오는 8월 10일(수) 오후 2시 장흥법원에서 있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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