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애나, '세기의 이혼'에 성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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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애나, '세기의 이혼'에 성공하다
  • 굿모닝완도
  • 승인 2022.11.11 2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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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 드라마 "더 크라운 시즌 5"
유종필(전 서울시 관악구청장)
유종필 전 서울시 관악구청장
유종필 전 서울시 관악구청장

현대 영국 왕실을 다룬 명품 드라마 <더 크라운>이 엘리자베스 여왕 별세 이후 첫 후속으로 시즌 5를 내놓았다. 다이애나 왕세자빈을 본격 다룬 시즌 4 출시 직후 영국 정부와 왕실이 픽션임을 고지해달라고 했으나 넷플릭스는 거부한 바 있다. 그런데 이번에 넷플릭스는 "실제 사건에서 영감을 받은 허구적 극화"라고 인정했다. 

역사를 다룬 소설이나 드라마는 역사 해석의 문제와 예술적 상상력은 기본이고, 이에 더해 상업적 동기 또는 사적 감정이 개입되기 마련이다. '진실과 허구의 조화'는 역사 드라마 작가의 영원한 숙제이자 딜레마이다. 

​1991~ 97년을 다룬 시즌 5 역시 시즌 4와 마찬가지로 다이애나 스토리가 주요 부분을 차지하기에 초보 왕 찰스 3세의 심기가 편치 않을 것은 불문가지. 왕실 측은 드라마가 지나치게 다이애나 편을 든다고 불만이다. 이는 다이애나가 약자이고 찰스의 외도가 결혼 파탄의 근본 원인이기 때문. 이런 여론이 형성된 것은 다이애나 '개인'이 왕실의 절대 권위와 파워에 맞서 영리한 여론전을 구사한 결과라는 것을 드라마는 보여준다.

​결혼 11년 만의 별거 공식 선언에 세계가 들썩이고 유수의 언론이 다이애나 인터뷰를 위해 발 벗고 뛴다. 미국의 상업 TV들이 거액 출연료로 그녀를 유혹하는 가운데 공영 방송 BBC까지 경쟁에 가세한다. 결국 공신력 있는 BBC의 심층 인터뷰를 통해 왕실과 남편에 대해 통렬한 일격을 가하는 다이애나. 왕실은 물론 영국이 뒤집어진다.

기자: 찰스가 왕이 될까요?

​다이애나: 글쎄요. 운명을 누가 알겠어요? 부담스럽고 숨 막히는 역할이고, 찰스는 언제나 갈등을 했지요. 제가 그를 잘 아는데, 그는 왕권으로 큰 제약을 느낄 거라 봅니다. 거기에 어떻게 대처할지 모르겠습니다.

찰스를 가장 열받게 한 대목이다.

기자: 당신이 왕비가 될까요?

다이애나: 저는 사람들 마음 속의 왕비가 되고 싶어요. 하지만 이 나라의 왕비로서 제 모습은 그려지지 않네요.

이혼을 결심했다고 읽히는 대목이다.

​세계의 신문 방송들이 받아서 대서특필하는데, 제목부터 파워풀하다. "이 결혼에는 셋이 있었다"(처음부터 정부인 커밀라가 개입돼 있었다는 뜻) "조용히 물러나지 않겠다" 등등. 왕실은 충격과 우려에 아무런 코멘트도 내놓지 못하는 상황.

​다이애나는 방영 직전 여왕을 찾아가 사전 예고를 통해 최소한의 예를 표하지만, 이 역시 공세의 일환이자 자기 정당화로 보인다. 거대한 왕실 속 외톨이의 심정이 절절하게 묻어나는데, 아무튼 우아한 대화가 돋보인다.

다이애나: 제가 너무나 자주 외면당했고, 혼자 감당해야 했으며, 호의도 공감도 연민도 없이 고통받았던 것에 대한 인터뷰입니다.

​여왕: 우리 모두가 네게 적대적이라고 느끼는 것은 다 네 상상의 산물이야. 우리가 원하는 것은 너의 행복이고 언젠가 우리의 다음 왕비가 되는 것이다.

​여왕은 급기야 총리에게 이혼 중재를 부탁하기에 이르고, 결국 '세기의 결혼'은 '세기의 이혼'으로 막을 내린다.

​시즌 5는 주역 배우들이 대거 교체되었는데, 성공적이라는 평. 엘리자베스 여왕엔 이멜다 스턴톤, 필립 공엔 조너선 프라이스(<두 교황>의 프란치스코 교황 역), 다이애나엔 엘리자베스 데비키, 찰스 왕세자엔 도미닉 웨스트 등. 특히 엘리자베스 데비키가 다이애나와 생김새도 비슷하고 연기도 돋보인다. 왕실 전용 요트의 퇴역, 홍콩 반환, 옐친 러시아 대통령의 방문, 윈저궁 화재 등 중요 사건을 나열하다 보니 다소 산만한 전개 느낌을 주지만 화려하고 격조 높은 화면과 연기력은 변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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