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메 단풍 어디 갔단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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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 단풍 어디 갔단가?
  • 박남수 기자
  • 승인 2022.11.16 1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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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완도=박남수 기자] 해우(김) 하기 전 이맘 때 거길 갔을 거다. 단풍 보러 갔을 거다. 또 해우 끝난 봄에 한번 더 갔을 거다. 꽃놀이 갔을 거다. 이를 두고 '대흥사 간다'(줄여서 댕사간다)고 했다. 지옥 같은 노동에서 벗어나 맘껏 놀아보는 해방절이었을 거다. 저고리 치마 예쁘게 입고 찍은 흑백사진으로만 남았다.

대흥사 단풍 보러 갔더니 단풍은 없고 추억에 젖었다. 이판사판 공사판에 예전 '댕사' 모습은 온데 간데 없고 오직 낯설기만 하다. 공사 크레인 하늘 찌르며, 화물차들이 먼지 날리고, 아침부터 요란한 여기저기 망치 소리에 천불전 스님 염불소리는 작기만 하다. 요즘 유행인걸 어쩌겠는가? 선진국까지는 아직도 멀기만 한 어리석은 개발도상국의 비애인 걸 어쩌겠는가?

예전에 어느 시인이 오메 단풍 들겄네 했다던데, 오늘 보니 "오메 단풍 어디 갔단가?" 여전한 건 하늘과 나무와 새소리 뿐이다. 2011년 11월 16일 해남 대흥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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