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전령 미선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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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의 전령 미선나무
  • 굿모닝완도
  • 승인 2023.01.20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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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빈(문농약사 대표)

 

봄을 알리는 꽃은 개나리. 매화 등을 떠올리지만 미선나무 또한 봄의 전령으로 빠지지 않는다. 남부지방에서는 흔하지 않는 미선나무의 이름은 아름다운 부채라는 뜻의 미선(美扇) 또는 부채의 일종인 미선(尾扇)에서 유래한다. 열매의 모양이 둥근 부채를 닮아 미선나무라고 부르는데, 영화에서 임금이나 용왕의 옆에서 시녀가 들고 있는 하트 모양의 그 부채다. 미선나무는 세계적으로 1속 1종밖에 없는 식물이라는 데 특징이 있다.

즉 물푸레나뭇과의 식물 중에서 미선나무속은 세계에서 오직 우리나라 밖에 없고, 종으로는 미선나무 하나뿐이라는 뜻이다. 오직 우리나라에만 분포하기 때문에 한국 특산식물이라고 할 수 있다. 볕이 잘 드는 산기슭에서 자라고 대략 2m까지 성장하는 것도 있다.

꽃은 지난해에 형성되었다가 2~3월에 잎보다 먼저 개나리 꽃모양의 흰색 꽃이 수북하게 달린다. 연분홍색의 꽃이 달리는 경우도 있지만 흔치않다. 종자와 꺾꽂이로 번식한다. 한국 특산종으로 충청북도 괴산군과 진천군이 주 군락지인데, 이들이 자생하는 지형은 거의 돌밭으로 척박한 곳에서 자라는 독특한 생태를 가지고 있다. 전국 어디나 흔하게 건강하게 잘 자라는 개나리에 비해 미선나무는 가녀리고 청초한 모습처럼 주변 환경에 민감해 특정지역에서만 자라 그 자생지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보호되고 있다. 처음엔 진천과 괴산 등지인 충북 북부에서만 발견되다가 이후 북한산, 전북 부안, 충북 영동, 황해도 등에서도 자생하고 있는 것이 확인됐다. 그러나 그 수가 많지 않아 여전히 보호하고 관심을 가져야 할 식물이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미선나무를 ‘흰색 개나리’ 정도로 인식하는 편이다. 하지만 잘 살펴보면 개나리에 비해 꽃이 작고 화관이 깊게 갈라지는 점이 다르고, 그보다 더 큰 차이점은 미선나무의 꽃에서 매우 달콤한 향기가 난다는 점이다. 또 둥근 부채 모양의 열매 또한 관상적인 가치가 충분해 관상수로써의 개발도 무궁무진하다. 그래서인지 지금은 수목원이나 식물원마다 심어 기르지 않는 곳이 없을 정도다.

IMF 시절 우리나라 회사들이 외국인들에게 헐값에 팔려갈 때 제일 먼저 팔려 나간 게 종묘회사들이다. 우리 식물들에 대해 외국에서 가치를 높게 보고 더 눈독을 들이고 있는 것이다.

필자는 몇몇 나무의 사례로 식물자원의 중요성을 밝힌 바 있다. 우리의 정향나무를 가져다가 ‘미스킴 라일락’이라는 이름의 관상수로 개발한 것을 재수입하는 실정이라든가, 구상나무를 가져다가 ‘코리안 퍼’라는 이름의 세계적인 크리스마스트리로 판매하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는 일 등에서 말이다.

미선나무는 한국 식물학계의 개척자 정태헌 박사가 1917년 충북 진천에서 처음 발견했으나 학계에 정식으로 보고한 사람은 일본 식물학자 나카이 다케노신이다. 통상적으로 발견자의 이름이 학명 맨 끝에 들어가는 관행에 따라 미선나무의 학명(Abeliophyllum disdichum Nakai)에는 ‘나카이'(Nakai)가 들어가 있다.

나무이야기73 식물의 학명(學名)에서 필자가 쓴 바와 같이 일제 강점기의 시련을 겪은 우리 민족의 애환이 서려 있는 안타까운 여러 식물중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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