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도리 구계등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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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도리 구계등 단상
  • 박남수 기자
  • 승인 2023.02.08 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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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남수(발행인)

 

명승 3호 완도 정도리 구계등. 마을 앞 바닷가에 제법 큰 숲이 있다. 파도와 바람으로부터 마을과 사람 그리고 농사를 지키기 위해 사람들이 만든 방풍림 즉 인공조림이다. 어쩌면 코로나 같은 역병조차 걸러주는 마스크 구실을 했을 지도 모른다. 저 바다 끝에 중국도 있고 아라비아도 있으니. 

그 숲을 관장하는 정령이 둘 있는데 이제 나이 들어 할머니 할아버지가 되셨다. 그런데 두 분이 사는 거처가 저저금 다르다. 할머니는 바닷가 최전방에서 뺑이치며 사시고 할아버지는 마을 중앙 높은 언덕에 올라 제우스처럼 구계등 전체를 내려다 본다. 총명하고 눈 밝으시니 조약돌 하나까지 다 셀 지도 모른다. 섬에서 남녀의 지위 같고 구분 같다. 

최근 완도군이 돈 들여 당집을 새로 지었는데 할배집은 알미늄 새시 문에 손잡이도 스덴으로다가 굴로벌 최신식이다. 어쩌면 실내를 삼성 시스템 에어콘에, 귀뚜라미 보일러에, 딤채 냉장고까지 완비했을 지도 몰겄다. 

언젠가 주민들이 당제 지내고 할머니당에 제물로 남기고 간 새우깡 오징어땅콩을 보고 웃었다. 할아버지당엔 양주나 게임기가 있을지도.

숲과 함께 살아온 주민들의 역사요 신앙이고 우리의 오래된 미래인데 저 꼬라지로 방치하는 오늘이 우리가 야속하다. 이러면서 노르딕 해양치유가 지대로 먹힐까? 이런 곳에서 카메론과 미야자키가 나올 수 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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