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수는 원래 탄신제 참석하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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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수는 원래 탄신제 참석하지 않아”
  • 박남수 기자
  • 승인 2023.04.30 0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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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28일 고금도 충무사에서 뜻깊은 행사가 열렸다. 이순신 기념관이 개관한 것이다. 1963년 국가 사적(114호) 지정 이래 60년만의 일이다. 늘 한적한 충무사는 사당 건물 말고 특별한 볼거리가 없다. 그래서 해설사의 도움이나 사전 지식 없다면 사당을 둘러보는 데 10분이면 족할 것이었다. 이제 볼거리 하나 생겼다. 10분 더 손님을 붙잡아 둘 수 있겠다.

이날 개관식에 신우철 군수와 해경서장, 지방의원 등 주요 기관장들이 대거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고금도 사람들도 풍물을 울리며 이를 축하했다.

이순신 기념관은 정유재란과 이순신, 그리고 고금도 관련 역사 기록물과 이미지로 채워졌다. 앞으로 고금도진 관련 유물과 다양한 이야기를 꾸준히 모으고 관리해 명실상부 이순신 박물관의 위상을 만들어 가면 좋겠다.

개관식에 이어 가까운 충무사 정전에서 제478주년 이순신 장군 탄신을 축하하는 다례제가 열렸다. 불편한 몸에도 불구하고 여러 주민들이 탄신제를 지켰다.

충무공 이순신 장군 탄신일에 전국의 유적지에서 탄신 축하 행사가 열린다. 충남 아산시는 탄신 기념 주간으로 정하고 다양한 축제 프로그램을 성대하게 진행한다.

그런데 웬일인지 그 자리에 완도군수가 보이지 않았다. 해경서장도 없다. 완도군 관계자는 “이 행사에 완도군수는 원래 참석하지 않는다”고 했다. 군수가 탄신제에 참석하지 않은 것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완도군 공무원의 답변은 너무도 쉬웠다.

그렇다. 그게 탄신제이든 순국제이든 이 충무공 관련 행사에 완도군수의 참석은 격에 맞지 않는다. 그래서 이날 탄신제 제관으로 도의원(초헌관), 해경 과장(아헌관), 문화원장(종헌관) 등이 참례했다. 어느새 완도군에서 이 충무공은 5급 공무원에 걸맞는 인물로 전락했다. 삼도수군통제사(현재 해군참모총장, 장관급)였던 충무공이 듣는다면 무척 섭섭할 것이다. 완도군수가 충무사에 오지 않는 이유로, 몇 년 전 한 공무원은 군수의 종교 때문이라는 해석을 하기도 했다.

국가를 위기에서 구한 민족 영웅을 기리기 위해 정부가 국가 기념일로 정했고(1973년) 고금도 어른들은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이순신 장군을 기념해 왔다. 그런데 군수는 격을 따지고 종교를 이유로 탄신제에 불참했다. 이런 때에 장보고 기념관의 관리가 6급으로 격하된 것은 더 이상 우연이나 이상한 일도 아니다. 자신이 태어나 살아가는 지역의 역사적 정체와 가치를 모르거나 소홀히 해 생기는 일이다. 신지도, 소안도, 보길도, 고금도 등지의 기념관이나 문화재 중 속 빈 것이 어디 한둘인가? 생각 없이 껍데기만 자꾸 세운들 그게 무슨 소용이겠는가.

이순신 통제사가 노량해전에서 죽어 뱃편에 고금도로 돌아온 이유가 무엇일까. 이렇듯 후대 지도자들이 천대할 것을 미리 알았어도 마지막 가는 길을 고금도로 정했을까. 400년 전 왜구들이 조선을 침략했듯 이제 곧 일본 방사능 오염수가 밀려온다고 하지 않은가. 군수는 아무 걱정 말라고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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