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는 이제 밭을 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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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는 이제 밭을 갈지 않는다
  • 박남수 기자
  • 승인 2023.05.17 18: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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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완도=박남수 기자] 소는 이제 밭을 갈지 않아요. 사람들의 입맛을 만족시키고 이미 충분한 단백질을 그래도 보충하기 위해서 맛있는 고기로 사육될 뿐이에요. 소값이 떨어지면 사육사들은 아홉시 뉴스에 나와 울면서 그렇게 말하지요. 자식 같이 키운 소를 굶기는 고통이 가장 크다고. 그러면서 돈을 벌기 위해 자식 같은 소를 도살장으로 끌고 갈테지요. 늘 도대체가 이해할 수 없는 장면입니다.

논에 모를 내기 전에 심었던 보리를 수확할 시즌이에요. 그런데 보리를 사람이 먹지 않는군요. 보리를 하얀 비닐로 돌돌 말아 밀봉한 일명 "곤포 사일리지"라는 것들이 고금도 장중리 신언평야에 즐비합니다. 저 안에 효소 따위를 넣고 일정 기간 발효시킨 후에 소에게 먹이면 최상의 사료가 된다고 해요. 사람이 먹어야할 보리를 소들이 먹고, 그렇게 사육된 소를 극히 일부 부자들이 먹겠지요. 대신 지구 반대편 가난한 나라 사람들은 굶어 죽는다네요. 가찬 디 북한 어린이들도 굶주린다네요.

근데 이 현상이 축산농업의 경우에만 해당하지는 않지요. 전복이나 광어 양식에도 그대로 적용되니 문제지요. 사람이 먹었던 미역, 다시마나 고등어, 정어리를 전복과 광어, 도미가 엄청나게 먹지요. 그렇게 '대량 생산된' 전복과 광어, 도미가 가난한 사람의 반찬이 되지는 않아요. 돈이 돈을 낳는 세상이니 가능한 고질적인 병폐가 아닌가 생각되네요.

하여 들판에 가지런히 서있는 공깃돌처럼 생긴 하얀색 동글이를 볼 때마다 그리 맘이 편하지 않아요. 오늘 회사 회식 약속이 잡혀 있는 당신, 오늘은 삼겹살인가요, 한우인가요? 아, 오늘은 일식이라고요? 조금만 드세요. 그래야 지구가 건강하고요, 그리고 우리가 건강합니다.

2012년 5월 15일 고금도 장중리 신언평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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