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당과 섬 주민이 하나 되어 벌이는 대동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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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당과 섬 주민이 하나 되어 벌이는 대동제
  • 굿모닝완도
  • 승인 2023.06.11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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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 학림도 남해안별신굿 공연
강제윤(시인, 섬연구소 소장)
(글 사진 제공=강제윤 님)
(글 사진 제공=강제윤 님)
(글 사진 제공=강제윤 님)
(글 사진 제공=강제윤 님)
(글 사진 제공=강제윤 님)
(글 사진 제공=강제윤 님)
(글 사진 제공=강제윤 님)
(글 사진 제공=강제윤 님)

 

어제 통영 학림도에서 남해안별신굿판이 열린다 해서 기록차 다녀왔다. 지난 2019년 3월 통영 죽도에서 열린 별신굿을 기록한 뒤 4년만에 다시 별신굿을 참관했다. 통영 힉림도 선창가. 아침부터 시작된 굿판은 어느새 원혼굿으로 이어지고 있다. 억울하게 죽은 영혼들을 극락으로 보내주기 위해 행해지는 굿인원혼굿은 남해안 별신굿의 한 대목이다.

넋풀이를 들으며 반야용선(般若龍船)을 타고 극락으로 가는 영혼들. 가족의 영혼을 어서 빨리 극락세계에 보내주기 위해 노구를 이끌고 반야용선을 밀어주는 섬 할머니들. 반야용선은 중생들을 미륵정토나 연화장세계(蓮華藏世界) 태워다 주는 배다. 늙고 병든 몸으로 한번도 벅찬데 두 번 세 번씩 용선을 밀어주는 할머니의 간절함에 눈물이 났다. 용선을 밀어주던 한 할머니가 눈물을 흘리자 굿판은 이내 울음판이 됐다. 해원의 울음이다.

전문 연희자들이 하는 굿판이지만 섬 주민들은 공연이 아니라 무당이 주관하는 신앙적 제의로서 굿처럼 깊이 빨려 들어갔다. 별신굿의 힘이다. 본래의 남해안 별신굿도 그랬다. 무당과 섬 주민들이 하나가 되어 벌이는 대동제였다. 남해안별신굿은 경상남도 거제도와 통영 일대의 어촌과 섬들에서 행해지던 공동체의 제의다.

지금은 더이상 무당이 주관하는 대동제로서 굿판이 열리지는 않는다. 군사정권 시절 공동체의 안녕을 도모하는 대동제로서 마을 굿들은 대부분 미신타파란 명목으로 궤멸되고 말았다. 별신굿도 그렇게 소멸되고 말았다. 다행히 남해안별신굿보존회에서 별신굿을 전문 연희로 전승보존 하고 있어 이 귀한 굿판을 볼 수가 있다.

하지만 여타 전통 예술처럼 별신굿에 대한 국가 지원은 미미하기 짝이 없다. 섬사람들의 삶 속에서 벌어지는 이토록 귀한 공연을 또 어디서 볼수 있을까? 제발 정부나 지자체는 우리 전통 연희의 소중함을 깨닫고 더 적극적인 지원을 해주어야 마땅하다. 더 많은 섬에서 더 자주 이런 특별한 공연들이 펼처진다면 분명히 세계적인 k컬처가 되고도 남을 것이다.

최근 통영시에서는 예술학교 설립을 추진 중이다. 한류(실용음악)과 클래식 음악을 융합한 예고를 세워 통영에서 한류스타를 배출시키겠다는 야심찬 계획이다. 하지만 통영시가 그 전에 먼저 해야할 일이 있다. 수백년 이어온 통영의 전통 예술부터 세계회 하는 일이다.

통영의 남해안 별신굿 연희자들은 이미 수십년을 수련해온 세계적 수준의 전통 예술인들이다. 이들에 대한 지원을 더 넓히고 통영 국제음악당에 이들이 매주 한번씩이라도 상설공연할 수 있는 무대를 만들어준다면 이들은 분명히 한류 스타가 될 것이다. 음악제 기간을 제외하고는 자주 비어 있는 국제음악당도 관객으로 꽉 찰 것이다. 통영 관광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유네스코 음악창의 도시인 통영이 이 보물같은 ’통영 토착 오페라‘를 무대에 올리지 않는 것을 이해하기 어렵다. 예술고 설립을 반대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 이전에 통영 예술의 본바탕이 되는 남해안 별신굿에 대한 지원을 늘리고 통영 국제음악당에 상설 무대를 만들어 줄 것을 통영시에 간절히 요청드린다.

공연 영상을 링크하니 한번 감상해 보시라. 참으로 놀라운 세계수준의 공연이다. 별신굿에 대한 더 자세한 내용은 일전에 나그네가 <한국경제 신문>에 기고한 글이 있으니 참조하시라.

여러분께 한번 여쭈어본다. 만약 통영국제음악당에서 남해안별신굿이 상설 공영된다면 보시러 오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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