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완도판' 공유지의 비극과 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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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완도판' 공유지의 비극과 공무원
  • 굿모닝완도
  • 승인 2023.06.28 2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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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 1

해양치유산업의 허브인 신지도로 가는 길목, 신지대교 주차장에 석탄 가루 같은 검은 아스팔트 폐기물이 쌓여있다. 주차장 입구에는 출입차단을 위한 공사용 고깔이 세워져 있고 커다란 현수막엔 ‘출입금지’ 문구가 선명하다. 거기엔 공사 책임자의 휴대전화 번호도 있다. 몇 번을 다니면서도 눈을 의심했다.

그 주차장에서 완도 방향으로 조금더 들어가면 작은 주차장이 있다. 거기는 작년 8월 수십 대의 벌크시멘트트레일러(BCT)가 한 동안 주차되어 있었다. 지금도 여전히 1대가 있고 그 옆으로 검은 타르가 담긴 것으로 보이는 드럼통 수십 개가 한 켠에 있다. 이른 봄부터 여름 사이 그 주차장은 미역등 해조류를 널어 말리는 건조장으로 사용된다. 누군가는 이를 ‘완도스럽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이렇듯 완도는 도무지 불가능할 것 같은 일이 예사롭게 일어나는 곳이다. 어떻게 공공 주차장에 산업 쓰레기가 산을 이룰 수 있을까. 바다에 원전 오염수를 방류하는 일본의 태도와 무엇이 다른가. 완도군 공무원들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며 무도한 그 일을 지켜봤을까. 완도가 얼마나 우습게 보였으면 외지 건설업자가 아무 거리낌 없이 저 공유지에 쓰레기를 쌓을 생각을 했을까?

장면 2

주민 A는 완도 바닷가 끄트머리에 작은 땅을 하나 구입했다. 그 땅에 이르는 법적 도로는 없었으나 폭 2미터가 넘는 관행도로가 해변 축대를 따라 이어져 있어 그 땅에 접근할 수 있었다. 5년 전의 일이다.

 2022년 말, 광주 사는 사업가 B가 A 소유 토지에 인접한 땅을 구입하더니 거기에 집을 짓기 시작했다. 그 건축 예정지 역시 법적 도로가 없으므로(맹지) 근처의 토지를 이용해 도로 개설을 약속하고 허가를 얻어냈다(이 허가의 적법 여부는 모르겠으나 착공 후에도 도로개설 계획을 이행하지 않자 완도군이 공사 중지 명령을 내림).

건축을 위한 착공에 들어간 B는 A의 토지 진입로 일부를 절개했다. 50년도 더 전에 바다를 매립해 만든 축대를 훼손한 것이다. 누가 보더라도 A의 통행을 방해하기 위한 적대적 개발행위다. A는 곧바로 완도군에 민원을 제기했다. B의 적대적 개발행위로 통행권은 물론 재산가치 하락의 심각한 결과를 초래한 적대적 개발에 대한 원상복구 요청이었다. 그게 2023년 1월의 일이다.

이 민원을 접수한 주무관 C는 B의 개발행위에 대해 원상복구 명령을 내릴 예정이지만 A의 통행권과 재산권만을 고려할 수는 없고 B의 주장과 입장도 고려해 중립을 지키겠다고 한다. B의 주장이란 50년 전 공유수면 매립 이전 모습의 회복이고 파도에 의한 유실 염려를 해소한 것이라고. (50년 전 원래 모습의 회복이라면 지금과 같은 진입로 일부가 아닌 전체를 잘라냈어야 할 것이고 축대 유실을 염려했다면 더 튼튼하게 보강했어야 함). 누가 보아도 적대적인 불법 행위로 인한  피해가 확실하게 발생했고 이의 회복을 주장하는 피해자의 민원에 공무원은 오히려 가해자를 두둔하며 중립을 선언한 것이다. 공무원 덕분에 A는 졸지에 피해 호소인이 되어버렸다.

완도군 5만 인구 회복과 500만 관광시대를 열겠다는 신우철 군수 3기 취임이 곧 1주년을 맞는다. 하얗게 빛 바랜 미역 줄기가 주차장에 버젓이 널려 비를 맞는 볼썽사나운 꼴이 해양치유 천국인 신지도 나들목에서 연출될 장면은 아니다. 더구나 공공 주차장에 타르 드럼통과 퇴비 파레트, 아스팔트 폐기물 등이 아무렇지 않게 쌓여가고 그들이 오히려 주민들과 관광객들에게 ‘출입금지’를 명하는 거꾸로 된 현실이 완도의 어제와 오늘이다.

자신의 개발(건축)을 위해 이웃의 오랜 통행권을 훼손해 결국 재산 가치를 심대하게 떨어뜨린 적대적 행위를 막아달라는 피해 민원에 대해 중립 운운하는 공무원은 상식을 한참이나 벗어났다. 그 공무원은 왜 가해자의 손을 들어 주었을까? 

주차장과 도로와 같은 공유지를 자신의 편의와 이익만을 위해 일방적으로 임의로 사용하거나 개발해 모두와 이웃에게 불편과 손해를 끼친 ‘완도판’ 공유지의 비극 사례이다. 이런 비극을 예방하고 해결하는 것이 대단히 어려운 일은 아니다. 공정한 법 집행을 말 할 것도 없다. 상식과 도덕을 회복하면 된다. 5만 인구 회복 이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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