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합과 소통의 귀한 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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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합과 소통의 귀한 존재
  • 박남수 기자
  • 승인 2023.07.04 12: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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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귀나무/콩과/완도

 

[굿모닝완도=박남수 기자] 잎들이 서로 마주 보는데 재밌는 건 밤에 서로 포개진다. 그래서 놈의 별명에 합(合) 자가 유난히 많다. 합환, 합혼, 야합(夜合), 합수 등이다. 낮에 마주 보던 이파리 커플이 밤마다 붙는다. 이걸 보고 사람들은 별난 상상을 했을 거다. 더구나 흔히 마주 보기 잎들은 끝에 하나가 남아 홀수이기 쉬운데 이 놈은 짝수로 외롭지 않다. 그래서 예로부터 사람들은 부부 금슬의 좋은 상징으로 여겼고 신혼 집 마당에 놈을 심었다.

꽃은 밤 하늘에 터지는 찰나의 불꽃을 닮았다. 향기는 또 얼마나 청순한지. 소들이 놈의 잎을 환장하리만치 좋아한대서 소쌀밥나무, 소찰밥나무로도 부른다. 콩과에 속하는 속성수로 어디서나 빨리 잘 자란다. 놈의 약효 또한 대단하지만 너무 알려지면 품귀현상 걱정되니 이만 하자.

하는 짓을 보자면 놈은 화합과 소통의 귀한 존재임에 틀림없다. 요즘 같은 야만의 시절에 국회 넓은 뜰에 놈으로 도배해도 좋을 듯싶다. 그런데 놈들 따라 한다고 여야가 들러붙어 야합(野合)으로 날밤을 새지나 않을지 걱정도 된다.

요즘 남녘에 분홍빛 자귀나무 꽃들로 화사하다.

2014년 7월 2일 완도 망석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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