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섬은 집에서 밥해 먹는 사람이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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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섬은 집에서 밥해 먹는 사람이 없어요”
  • 굿모닝완도
  • 승인 2023.07.05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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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 하화도 마을 공동체 이야기
강제윤(시인, 섬연구소 소장)
(글 사진 제공=강제윤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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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사진 제공=강제윤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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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의 꽃섬, 하화도 사람들은 집에서 밥을 해먹지 않는 것이 자랑스럽다. 모든 주민들의 아침 점심 저녁 삼시세끼를 모두 마을 식당에서 해결해주기 때문이다. 섬에 관광객들이 몰려오고 섬의 부녀회에서 마을회관을 마을식당으로 운영하면서부터 생긴 일이다. 부녀회원들은 관광객들에게 음식을 팔아 얻은 수익으로 마을 주민들 모두에게 밥상을 차려준다.

홀로 사는 노인들이 많은 섬. 집에서 제대로 된 식사를 해결하는 노인은 드물었다. 대충 때우기 일쑤였다. 그런데 마을 식당이 생기면서 돈도 벌고 다함께 밥도 해서 나눠먹으니 온 섬마을이 더욱 밝고 건강해졌다. 부녀회원들은 “우리 돈 욕심 부리지 말자”고 한다. 그저 함께 밥을 해먹고 어울려 사이좋게 사는 것만으로도 큰 행복이란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아는 까닭이다. 마을 주민들 밥해주고도 남는 수익은 부녀회원들이 균등 분배한다. 이 마을 식당이야말로 꽃섬의 진짜 꽃이다. 진정한 마을 식당, 공동체의 식당이다. 다른 섬들, 다른 마을들이 배워야할 아름다운 마을식당이다.

관광객들이 몰려들면서 섬의 공동체가 파괴된 경우가 적지 않다. 자신만 더 큰 이익을 얻으려고 서로 반목하는 경우가 많고, 심지어 주민들끼리 백 건이 넘는 고소고발로 지옥이 된 섬도 있다. 그런데 하화도는 개인들의 욕심을 제어하고 공동체가 살 수 있는 길을 택했다. 참으로 현명한 선택이다. 섬이 이토록 공동체성을 회복하니 여수에 나가 살고 있는 출향인들 70여명도 퇴직 후에는 고향 섬으로 돌아와 살겠다고 한단다.

서로가 서로를 돌보고 돌봄을 받는 여생을 누린다는 것은 얼마나 큰 행운인가. 정부가 수십조, 수조의 돈을 쏟아 부어도 성공하지 못하고 있는 도시재생, 마을 살리기를 작은 섬마을 부녀회가 해내고 있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마을 살리기 섬 살리기의 모범이다. 그래서 하화도 부녀회를 따라 배우러 오는 마을들도 많다. “전국에 소문난 부녀회요.” 부녀회원들의 자부심이 가득하다.

일전에도 잠깐 소개 한적이 있지만 마을 재생 사업은 이 부녀회처럼 해야 옳다고 생각된다. 무슨 되도 않는 정부 지원 사업 따위가 아니라, 소위 전문가란 이들이 설계한 사업이 아니라 마을 주민들이 주인이 돼서 잃어버린 공동체성을 되살리는 일이야 말로 마을 살리기의 핵심이다.

어제 저녁 소박하지만 참으로 귀한 밥상을 받았다. 하화도 주민들이면 누구나 먹을 수 있는 밥상이지만 나그네에게는 어떤 진수성찬보다 더 귀한 밥상이다. 정부가 도시재생, 마을 재생에 성공하려면 사업이 아니라 공동체성의 복원을 목표로 해야 한다. 현재의 재생사업은 수십조의 예산만 낭비하고 소수에게만 이익이 돌아가고 오히려 공동체의 균열을 가져오며 성과없이 끝날 가능성이 크다. 어촌 뉴딜로 대표되는 섬 재생 또한 마찬가지다. 더 늦기 전에 근본적인 성찰과 점검이 필요한 시점이다.

혹여 여수 하화도에 가시는 분들은 꼭 마을 식당에 들러 부추전에 막걸리 한잔이라도 하시길...그것이 마을 공동체 살리기에 함께 하는 길이니.

"하화도 부녀회의 나눔에 대해 여성들만 희생 하는 것이 아니냐는 댓글을 다는 분들이 계시네요. 그렇지 않습니다. 누가 강제시켜서 하는 노동이 아닙니다. 부녀회원들이 스스로 마을 식당을 만들어 이익을 내고 노동의 댓가를 받으시고 남는 것을 마을 공동체에 기부하는 겁니다. 섬 주민 40여명 중 수혜자는 여성인 독거 노인들이 가장 많습니다. 이분들 독거노인들이 한끼라도 제대로 드시게 하려고 부녀회에서 시작한 기부가 마을 전부로 확대된 것이지요.살아있는 남자 노인은 몇분 안됩니다. 나머지도 부녀회원들의 가족들이구요. 핵심은 아무도 돌보지 않는 독거 노인들이나 아픈 노인들까지 부녀회원들이 돌봐 준다는 것입니다. 국가가 해야할 일을 부녀회원들이 대신하다는 것이지요. 남자 노인들은 이익 분배 없이 청소나 설거지를 도와 주시고요. 또 바다에 나가 잡은 생선들을 식당에 기부해 반찬거리로 쓰게 합니다. 부녀회원들께서 주도적으로 이끌어가는 공동체입니다. 어느 한쪽의 일방적 희생으로 차려지는 밥상이 아니라 공동체가 공동체를 위해 차리는 밥상입니다.오해 없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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