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안도 항일 투혼, 미래를 비추는 역사의 등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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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안도 항일 투혼, 미래를 비추는 역사의 등대
  • 굿모닝완도
  • 승인 2023.07.27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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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전남도의회 경제관광문화위원장, 행정학 박사)

“하늘이 무너져도 살아서 지켜내라 나라와 겨레의 등불 너에게 맡겼더니라 망국의 한을 품고 산천이 캄캄할 때 옥에 갇히시고 총칼 앞에 쓰러지면서도 온몸을 불태워서 이 역시 비추었거늘”

이 글은 1990년 제막한 ‘소안항일운동기념탑’에 새겨진 최금동 선생의 시 ‘선열들에게 바치는 노래’이다. 구구절절 대한민국의 독립을 향한 소안도 항일운동가들의 열정과 결단을 엿볼 수 있다.

소안도는 전라남도 완도군 최남단에 위치해 총면적 28.7㎢(여의도 3배)의 작은 섬으로 함경북도 북청, 부산 동래와 함께 우리나라 항일운동 3대 성지(聖地)로 불린다.

본래 소안도는 평온한 곳, 살기 좋은 곳(所安)이라는 이름을 지녔으나 일제강점기에는 편안하지 않았다. 일제강점기 인구 6,000여 명 중 800여 명이 ‘불령선인’으로 낙인찍혀 일제의 감시를 받았으며, 36년간 소안도 섬 주민이 투옥된 기간을 합치면 300년에 이른다.

1909년 1월, 일제는 남해를 지나는 자국 상선과 군함의 안전항해를 위해 소안에 딸린 작은 섬 당사도에 등대를 설치해 곡물·수산물·면화·광물·목재 등을 수탈했고 우리 선조들의 고통은 나날이 심해졌다. 결국 등대는 붉을 밝힌 지 두 달이 채 못된 2월 24일, 소안도 출신 이준화와 의병들이 등대를 습격해 일본인 간수 4명을 처단하고 주요 시설물을 파괴하는 의거를 일으켰다. 침략과 수탈의 상징인 등대 습격을 통해 제국주의의 야욕을 응징한 것이다.

빼앗긴 땅을 찾기 위한 싸움도 이어졌다. 소안도는 나라에서 관리하던 무기 제조용 목재 보급지이자, 왕실에 세금을 내던 궁납전이었다. 일제는 조선 강점 후 토지조사사업을 벌이면서 왕실 회유책의 일환으로 친일파 이기용에게 소안도 땅 소유권을 넘겼다.

이에 주민들은 1909년부터 일본과 조선왕실을 상대로 13년간 법정투쟁을 벌인 끝에 승소해 섬을 되찾았으며, 이는 민의 힘으로 주권을 합법적으로 회복한 사건으로 평가된다.

소안도 주민들은 이를 기념하기 위해 성금을 모아 강습소 수준이었던 중화학원을 정식학교인 사립소안학교로 승격시켰다. 이후 사립소안학교는 일제에 대한 항일운동의 전초기지로써 소안항일운동 단체의 지도급 인사를 배출하는 등 항일 사관을 양성하는 산실이었다. 하지만 일장기를 달지 않는 등 반일에 앞장서자 끝내 1927년 일본에 의해 강제폐교가 되고 말았다.

하지만 지도를 받은 새로운 운동세대들은 1930년대에도 그 맥을 이어갔다. 일제강점기 내내 이어진 항일운동으로 소안도가 배출한 독립운동가는 88명에 이르고, 그 가운데 20명은 독립유공자 서훈을 받기도 했다. 이는 올바른 민족의식과 역사의식을 갖춘 지도자와 이를 함께한 주민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1990년 소안면 비자리에 주민들의 모금을 통해 소안항일운동기념탑을 세웠다. 이후 2000년 주민들이 주축이 되어 ㈔소안항일운동기념사업회를 발족하고, 2005년 소안항일운동기념관과 새로운 기념탑 건립과 사립소안학교를 원래 위치에 재건하였다.

소안도에는 지금까지도 항일정신을 계승하고자 각 가정은 물론 거리와 공원에도 1,500여 개의 태극기가 바람에 항상 펄럭인다. 또한 구국의 투혼을 불살랐던 선열들의 애국애족 정신을 기리기 위해 매년 소안항일문화축제·소안항일운동 백일장·소안항일운동기념추모제 등을 개최해오고 있다.

우리가 지금 이 순간에도 안전한 일상을 영위할 수 있는 것은 후손들이 독립된 나라에서 자유롭게 살아가기를 염원하며 자신의 목숨을 초개와 같이 던진 선열들의 고귀한 희생이 있었기 때문이다. 후손들은 조국번영의 토대가 된 선열들의 희생과 투쟁을 가슴 깊이 간직하고, 그 뜻을 이어받아 더 나은 역사를 써 내려가야 할 의무가 있다.

이에 전라남도에서 진행하고 있는 ‘남도의병 실태조사’에 ‘당사도 등대 습격 의병 의거’에 대한 내용이 조속히 수록되어 소안도 주민들이 온몸으로 저항하고 항거했던 항일정신이 온전히 계승될 수 있도록 해야할 것이다.

또한 우리의 역사적 유산인 항일의 땅·해방의 섬, 소안도의 아름다움과 당사도 등대의 역사적 가치가 보존될 수 있도록 국민과 정부의 지속적인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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