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도 사는 외국인노동자를 위한 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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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도 사는 외국인노동자를 위한 제안
  • 박남수 기자
  • 승인 2023.08.17 17: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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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완도=박남수 기자] 완도 청소년문화의 집 "하리"가 마련한 주말 밤 공연이 완도 사람들과 완도를 찾은 사람들을 즐겁게 합니다. 그런데 공연을 즐기는 또 다른 '우리'가 거기 있었습니다. 거기까진 아무도 미쳐 생각을 못했던 일인 듯 싶습니다. 완도에서 살아가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그들입니다. 그들도 힘든 노동에서 잠시 벗어나 우리들 사이에서 하리 공연을 즐겼던 거지요.

완도에서 살아가는 이주노동자가 몇이나 될까 생각해 봅니다. 제 섣부른 추산입니다만, (대개 광어, 전복 양식장이나 미역 가공공장 등) 5,000개 사업장에 2명씩만 셈해봐도 만명이라는 숫자가 나옵니다. 제 형님이 운영하는 양식장에 둘에서 셋 정도의 중국인을 항시 고용합니다. 완도 인구가 5만이 안되는데 외국인 노동자가 1만이라면 20%가 넘습니다.

그들의 노동력이 없다면 완도 경제는 마비된다는 결론입니다. 그들이 일시에 파업한다면 완도 전체가 일대 혼란에 빠질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그런데 그들은 늘 그늘 속에서 살아갑니다. 불법체류에 대한 두려움이 하나일 거고, 다른 더 중요한 하나는 그들에 대한 우리들의 편견과 차별과 홀대가 그것입니다. 그날 그들은 야외음악당 변두리에 앉거나 서서 공연을 시종일관 지켜봤습니다. 그들이 가끔 완도 지역 신문에 나오는 경우가 있긴 합니다만, 사망사건과 같이 대단히 불행한 사건에 관련되었을 때뿐입니다.

하물며 누가 그들의 문화적 권리나 욕구, 건강할 권리, 표현의 자유, 집회-결사의 자유 등을 거론이나 하겠습니까? 어느 틈에 우리 곁에 다가와 이웃이 된 그들의 인간적 권리와 자유가 우리와 똑 같이 존중되어야 합니다. 그들은 우리 경제에서 생산의 주체입니다. 더 나아가 정치, 사회, 문화, 복지 서비스에서도 소외되지 말아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그들을 위한 각종 상품을 사회적으로, 제도적으로 만들어야겠지요. 그 상품들을 소비할 수 있도록 말입니다. 그럴 때 완도가 진정한 '건강의 섬'일 수 있습니다.

하리의 내년 여름 공연 중 하루는 그들을 위한 공연을 준비해도 좋을 듯 싶습니다. 위로공연도 있을 수 있고, 그들이 자기네 나라의 춤과 노래로 경연을 벌이는 '나도 완도인이다'도 좋을 것 같네요. 이 공연이야말로 진정한 아시아 다문화 페스티벌이 될 것입니다. 어때요, 재밌겠지요? 그거 우리 같이 해봐요.

2011년 8월 17일 완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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