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여수 간 여객선을 복원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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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여수 간 여객선을 복원하라
  • 굿모닝완도
  • 승인 2023.08.17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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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윤(섬연구소 소장, 시인)
(글 사진 제공=강제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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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에 일정이 있어서 왔다. 시외버스를 탔더니 무려 3시간이나 걸렸다. 두 도시 간의 도로 거리는 127km에 불과한데 4곳이나 경유하니 그토록 많은 시간이 걸린 것이다. 매번 느끼는 바지만 도가 다르다는 이유로 이웃한 두 도시간의 거리가 너무 멀다. 지금은 다들 잊고 살지만 실상 통영의 뿌리는 여수다. 1602년 전라도 여수에 있던 삼도수군통제영이 경상도 고성현 두룡포로 이전하면서 통영이 탄생했다. 1895년 통제영이 폐영될 때까지 통영은 경상도도 전라도도 아닌 군사도시 통제영이라는 ‘특별 자치구역’으로 존재했다. 여수도 부산도 통제영 소속이었다.

그러니 조선시대는 이들 해안 도시 간의 교류가 지금보다 활발했고 그 전통은 1980년대까지도 이어졌다. 여수와 부산 사이에 여객선이 있었고 중간 기착지는 통영이었다. 부산과 여수 어느 쪽에서 출발해도 점심때면 통영에 도착했다. 그래서 생겨난 음식이 충무김밥이다. 여객선이 발전하면서 두 도시 간의 거리는 점점 좁혀졌다. 52년 전인 1971년에는 통영 여수 간을 쾌속의 여객선이 1시간 25분만에 주파할 정도가 됐다.

그런데 2023년인 현재 통영에서 여수까지 대중교통인 버스로 이동하는데 3시간이 걸린다.(승용차도 두 시간) 52년간 교통수단은 눈부시게 발전했는데 어째서 통영 여수 이동 시간은 단축이 아니라 오히려 2배나 늘어난 것일까? 우리가 바다를 버렸기 때문이다. 해상교통을 버리고 육상 교통수단에만 올인했기 때문이다.

바다는 그 자체로 고속도로다. 그런데 돈 안들이고도 쓸 수 있는 천연의 고속도로인 바다를 버리고 천문학적 예산을 쏟아부어 육상의 도로 건설만을 고집했기 때문이다. 자동차 산업과 건설자본을 부양하기 위해 오로지 도로 건설에만 매진했기 때문이다.

육상 교통만에만 매진하는 사이 여수 부산 통영을 이어주던 남해안권 해상교통은 아주 단절되고 말았다. 해상 교통이 끊어지자 통영과 여수 부산 간의 교류도 줄어들고 거리는 더욱 멀어지고 말았다. 해상 교통의 단절로 교류가 줄어들자 결국 예산 들여 깔아놓은 육상 교통 또한 퇴화하고 말았다. 그래서 바로 이웃 동네인 여수 통영 간 버스는 하루 1번 밖에 다니지 않게 됐고 1시간 25분이면 주파하던 두 도시간의 대중 교통은 3시간으로 늘어나게 된 것이다.

1970-80년대 부산 여수 간을 오갔던 여객선 엔젤호는 최대속력 시속 37노트(시속 69km), 순항속도 시속 32~34노트(시속 60~64km)였다. 그러니 통영(충무)-여수간을 85분만에 주파했다. 육로보다 해로는 30km나 짧았다. 그럼에도 해로를 버리고 육로만을 절대시하면서 해상교통은 오히려 퇴화하고 만 것이다.

거리가 멀어지면 교류가 줄어들고 교류가 줄어들면 거리는 또 멀어지게 마련이다. 영호남이 통영 여수, 여수 통영이 서로 더욱 가까워지려면 해상교통을 다시 복원시켜야 한다. 물론 대중교통 수단으로 당장 여수 부산, 여수 통영 뱃길을 복원한다 해서 갑자기 교류가 늘어나지는 않을 것이다.

50년 사이 서울 집중이 더욱 심화 됐기 때문이다. 가까운 지역 간에도 교류를 끊어버리고 모든 지역이 서울로 집중하는 구조를 만들어 놓고 지역 살리기 이야기 해봐야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일 뿐이다. 영호남의 시장 도지사들이 만나서 교류 증진 이야기 해봐야 뜬구름 잡는 일일 뿐이다.

서로 자주 왕래하며 교류할 수 있게 만들어야 지역도 살고 지역 갈등도 줄어들 것이다. 그 중요한 방편 중 하나가 교통 접근성 강화다. 그런데 육상 교통으로는 실패했다. 이제 육상 교통에서 더 이상 답을 찾지 말고 해상교통에서 그 답을 찾아야 할 때다.

그런데 해상교통도 대중교통만으로는 수요측면에서 쉽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대중교통과 관광의 결합이다. 통영 여수 간 뱃길 복원에 지역 주민과 관광객이 함께 이용할 수 있는 노선을 설계하고 그에 맞는 선박을 투입하는 것이다.

나그네는 울릉도 크루즈여객선 운항에서 그 가능성을 봤다. 크루즈여객선은 연간 140일이 넘는 결항으로 고통받는 울릉도 주민들의 교통 편의를 위해 투입됐지만 풍랑주의보에도 운항 가능한 대형여객선이 취항하면서 결항 일이 70일로 줄어 주민 교통 편의도 개선됐고, 겨울이면 휴지기에 들어갔던 울릉도에 관광객이 대폭 늘어나며 겨울 여행 시장이 새로 형성되는 효과를 가져왔다. 크루즈 여객선이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것이다.

여수 통영 간 해상교통 복원에도 울릉도 크루즈선 사례는 룰모델이 될 수 있다. 울릉도 크루즈여객선 취항을 타산지석 삼아 여수 통영 간 해상 교통을 되살릴 방안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통영에서 여수까지 쾌속의 크루즈선을 타고 한려수도 바다 풍경을 감상하며 이동한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생각만으로도 가슴이 설레이지 않는가?

정부는 지난 2020년 남해안권발전종합계획을 세우고 향후 10년간 96개 사업에 20조5천억의 예산을 투자할 계획이다. 광역 관광벨트 조성, 미래산업 육성, 산업·관광 거점을 연계한 인프라 구축, 동서 상생 협력 사업 등을 추진해 남해안을 새로운 국토 성장축으로 삼겠다는 내용이다.

그에 따라 전라남도, 경상도, 부산시 등은 남해안 테마섬 개발 관광벨트, 동서 상생 협력 벨트 등을 조성할 계획이디. 이 계획에도 동서 해저터널 및 남도 2대교 개통 등 육상 교통 개발 계획이 들어 있다. 하지만 해상교통 활성화 계획은 없다. 해상교통 활성화 없이 테마섬 개발한들 무슨 효과가 있겠는가? 남해안권에 이미 수많은 도로와 교량들이 만들어져 있는데 또 도로와 다리 건설만 하겠다고 한다. 그 도로와 다리와 해저터널만으로 남해안권이 살아날 수 있을까?

이미 놓여진 수많은 도로와 다리들을 보면 쉽게 예측할 수 있다. 지역이 나아졌는가? 빨대효과만 극대화시키지 않았는가? 육상교통만으로는 역부족일 것이다. 육상 교통은 더 이상 새로운 동력이 되지 못한다. 해상교통 활성화야말로 남해안권 도시들과 섬들의 미래에 새로운 동력이 될 것이다. 해상교통의 활성화는 일석 3조의 효과를 가져다 줄 수 있다. 영호남 교류 증대, 남해안 도시 관광 활성화, 섬 활성화까지. 이제라도 남해안권발전 종합 사업에 여수 통영, 부산 등 남해안권 해상교통 복원을 포함시킬 것을 촉구한다.

*남해안권발전종합계획 용역사업을 진행중인 연구진에게도 해상교통 복원 사업을 반영해 달라는 요청을 했다. 적극적으로 반영하겠다는 답변을 들었다. 제대로 반영이되고 실제 남해안 해상교통 복원이 이루지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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