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생이 농사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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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생이 농사 시작
  • 박남수 기자
  • 승인 2023.10.15 16: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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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완도=박남수 기자] 여름내 그늘에서 대나무 살로 매생이 발을 쳤다. 추석 쇠고는 바닷가 얕은 곳에서 보름 정도 담가 매생이 씨를 받는다(채종). 바람 없이 작업하기 좋은 날, 매생이 발을 바다에 편다. 양쪽 깃말(기준이 되는 말장) 사이 거리가 100여 미터 정도 될까? 그 사이 일정한 간격으로 대나무 장(말장)을 박고 끈(매심이줄)으로 발을 묶어 고정시킨다. 이제 두어 달 정도 지나면 초록 매생이를 추수할 거다.

좋은 매생이를 기대하려면 햇볕, 바람, 기온, 추위 등 어느 것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게 없다. 이는 사람의 일이 아니다. 자연이 서로 광합성하며 맛있는 매생이를 키워낸다. 겨울이 따뜻하면 매생이는 자라지 않는다. 너무 추워도 문제다. 겨울에 고금도를 찾는 철새는 매생이 농사를 망치는 주요 복병이다. 그러나 그들만을 탓할 수는 없다. 새들의 서식지인 너른 논에서 나오는 볏짚을 전부 걷어다 소 먹이로 쓰면서 새들도 결국 매생이를 공격하게 되었으니까.

장(말장)을 배에 실어 바다 밑 뻘에 박는 일은 중노동이다. 바람이라도 살랑살랑 분다치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사람의 일을 다 했으니 이제 기다리면 된다. 매생이 풍년을 고대한다. 그러나 어디 그걸로 끝이던가? 사람의 일이면서도 사람이 못하는 가장 중요한 문제가 남았다. 매생이 가격이다. 대박은 아니어도 고생한 만큼의 소득을 기대하는 것이 큰 욕심은 아닐 것이기에.

2013년 10월 12일 고금도 항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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