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생이가 맛있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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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생이가 맛있는 이유
  • 박남수 기자
  • 승인 2023.10.21 16: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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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완도=박남수 기자] 여름내 그늘에서 짰던 매생이발을 바닷가로 낸다. 말뚝 받고 틀을 만들어 발을 가지런히 펴서 끈으로 묶는다. 돌을 가득 채운 그물로 눌러서 파도에 휩쓸리지 않게 고정한다. 이렇게 일주일에서 보름간 두면 자연상태의 매생이 포자(씨)가 발에 붙는다. 대나무 발에 매생이 씨를 받는 이것을 채종이라 부른다. 그 발을 깊은 바다에 옮겨 설치하면 겨우내 매생이가 자란다.

밭농사에 비교하면 매생이는 잡초 중의 잡초였다. 까만 김 속에 잡태(매생이, 파래)를 골라내 국 끓이고 김치를 담갔으며 오로지 김으로만 돈을 샀다. 김이 최고였다. 매생이국 뜨겁게 끓여 속 모르는 미운 사위에게 주면 입 천정 홀랑 디었을 법하다. 그리 천대받던 매생이가 귀하게 대접받는 호시절이니 세옹지마는 이를 두고 하는 말인가. 섬 사람들만의 겨울 별미였던 매생이가 제법 유명해졌다. 올해는 작년에 비해 매생이 하는 사람들도 늘고 매생이 발 댓수도 배로 늘었다.

지금 고금도에서 김양식 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그도 자동화 시설 덕분에 바닷물에 손을 넣고 김을 채취하지는 않는다. 매생이는 다르다. 아직도 겨울 바닷물에 시린 두 손 담그고 한올 한올 뜯어야 한다. 매생이가 비싼 이유다. 매생이가 맛있는 이유다.

2012년 10월 21일 고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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