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미역취를 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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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미역취를 보며
  • 박남수 기자
  • 승인 2023.10.22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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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미역취, 국화과, 완도

 

[굿모닝완도=박남수 기자] 이제 한국에도 이름에 미국이 들어간 식물도 많다. 미국이 들어갔대서 꼭 미국이 원산지인 것은 아닐 것이다. 미국쑥부쟁이, 미국가막사리, 미국실새삼, 미국자리공, 미국미역취, 미국좀부처꽃, 미국등골나물, 미국나팔꽃, 미국외풀, 미국쥐손이 등이 있다.

서양에서 온 것도 있다. 서양민들레, 서양톱풀, 서양고추나물, 서양금혼초, 서양벌노랑이, 서양등골나물 등이고, 유럽이 들어간 놈도 몇 있다. 세열유럽쥐손이, 유럽점나도나물, 유럽나도냉이, 유럽개미자리...

자고로 생태계도 우리네 사회처럼 글로벌 시대임이 틀림없다. 봄이면 어디서나 노랗게 피어선 지곤 하는 민들레는 열이면 열 다 서양민들레다. 우리 시대에 우리 토종 민들레는 없다. 깊은 산속이면 모를까 멸종 위기다. 미국미역취가 요즘 한창인데 토종 미역취에 비교하면 키가 크다. 키 작은 우리 미역취가 있는 듯 없는 듯 피어나는 데 비하면, 미국미역취는 큰 길가를 중심으로 대량으로 번식한다. 마치 길가에 코스모스가 한들거리듯 무더기로 피어나 모르는 사람이 보면 부러 누가 심어놓은 것처럼 보인다. 지금 해남 시골 길을 드라이브하다 보면 노랗게 핀 미국미역취가 참 보기 좋다.

외국에서 국내로 들어와 자리잡은 귀화종 식물을 탓할 수는 없다. 또한 모든 귀화식물이 다 그런 것은 아닐 터이기에 일반화하기가 어렵겠지만, 미국 종자들의 특징은 있다. 키가 크고 번식력이 엄청나다. 또한 주변의 다른 종들과 사이좋게 살아가지 않고 서식지를 접수해 버린다. 그래서 국가에서 지정한 생태계를 교란시키는 종자들은 대개 미국놈들이다.

우리네 살아가는 모습도 그러한 건 아닌지. 우리 말과 글 대신 영어가 대접받는 그런 현실이 말이다. 대학의 교수들은 대부분 미국에서 박사한 분들이다. 국내 학위는 경쟁이 되지 않는 분위기다. 대학 졸업 후 미국 영어연수라도 못 갔다면 어디 대기업 취직이나 하겠는가? 미국이 어려우면 호주나 뉴질랜드, 그도 아니면 필리핀이라도 다녀와야 한다. 하기사 어디 요즘만 그러했는가? 지난 세기 초반의 36년간은 일본 말이 대세였고, 그 전 반만 년은 중국 말과 글이 출세의 조건이었으니 말이다. 이제 앞으로 미국 다음은 어딜까?

2011년 10월 22일 완도읍 중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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