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평줄다리기 = 사랑 + 화합
상태바
북평줄다리기 = 사랑 + 화합
  • 박남수 기자
  • 승인 2023.11.01 19:5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굿모닝완도=박남수 기자] 바다를 상징하는 아드럼에 군수가 탔다. 농토(농사)를 뜻하는 우드럼에는 군의장이 탔다. 해남군 살림(행정)을 맡은 군수가 암줄인 아드럼을 탄 건, 숫놈인 우드럼을 대의기관 대표인 의장이 탄 것은 의미가 크다. 줄다리기 전에 공연을 벌였다. 다과를 들고 술도 권했다. 여기에 강남의 룸싸롱 문화는 없다. 권모, 술수, 꼼수, 로비, 잔머리 등 온갖 못된 짓거리도 없다. 깃발 싸움도 했다. 이제 본격적으로 줄다리기를 해야 한다. 편을 갈라 한 해의 길흉화복을 점치는 일이니 어찌 대충 하겠는가? 싸움이고 대결이어야 한다. 그런데 이게 남자와 여자의 싸움이라면 문제가 달라진다.

아드럼과 우드럼이 첨으로 대면을 했다. 그것도 살짝. 주변 사람들은 아우성이다. 이래라 저래라 난리다. 우드럼이 썽난 머리를 단단하게 좁히니 아드럼은 둥그런 머리를 더 넓게 벌린다. 그러더니 순식간에 쑥 들어갔다. 눈 깜짝할 사이에 벌어진 일이다. 둘의 교접이 끝났다. 이보다 야한 남녀상열지사가 세상 어디에 있을까? 이제 우드럼과 아드럼은, 아드럼과 우드럼은 하나가 되었다.

곧바로 아드럼편과 우드럼 편은 징소리에 맞춰 줄을 당겼다. 첫판은 우드럼의 승리다. 둘째판은 우드럼이 스르르 줄을 놓아버린 듯 아드럼이 이겼다. 이제 셋째 판이다. 그런데 한참이 지나도 결판이 나지 않는다. 두 용줄이 그 자리에 그대로 있다. 어쩔 수 없이 무승부다. 결판을 내기 위해선 한 판을 더 했다. 그래도 둘의 싸움은 원점이었다. 무승부다. 우드럼이 이기면 농사가 대풍이 들고, 아드럼이 들면 바다에서 풍어를 거둔다는데 이게 뭘 뜻할까?

승리한 편 용줄에서 새끼줄을 끊어 가지고 있으면 만복이 깃든다고 했다. 떼서 머리에 감고 서로 나누었다. 줄다리기가 끝난 후에도 역시 걸죽한 한판 놀이가 벌어졌다. 쥔과 객의 구분도 없다. 맘껏 그리고 맘대로 놀았다. 브라질의 삼바축제나 일본이나 아프리카, 유럽에서처럼 유명한 멋진 축제가 우리에게 없다고 누가 그랬는가? 이제 만들어가면 되는 일이다. 북평에서 하면 되는 일이다. 북평줄다리기는 경쟁도, 대결도, 싸움도 아니었다. 북평줄다리기는 자유고 해방이며, 사랑이고 화합이다. 이 얼마나 멋진 놀이인가?

2011년 10월 28일 해남 북평 남창리 마을회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