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와 마을을 잇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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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와 마을을 잇는 사람들
  • 박남수 기자
  • 승인 2023.11.03 18: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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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완도=박남수 기자] 지난 10월 31일 오후 2시 완도군농업기술센터 생활문화관에 여남은 명 아이들이 모였다. 어른들의 숫자도 엇비슷하다. 이들이 왜 거기에 모였을까?

이들은 이음마을학교 명경화 교사(영양사)의 지도로 해조류(톳)를 이용한 햄버거 만들기에 도전했다. 조리법을 소개하기 앞서 명 교사는 우리 지역의 해조류에 대해 설명하고 어떤 종류가 있는지 아이들에게 물었다. 녹조류와 갈조류 그리고 홍조류에 대해 아이들은 대체로 잘 알고 있다.

교실 앞 테이블로 모여든 아이들과 교사들에게 명 교사가 먼저 시범을 보였다. ① 건톳을 물에 불린 후 잘게 다진다. ② 다진 소고기와 돼지고기에 톳과 마늘, 후추 등 양념을 주물러 준비한다. ③ 고기 반죽을 적당한 크기로 치대어 성형한 다음 달군 팬에 식용유를 두르고 패티를 굽는다. ④ 반으로 자른 모닝빵 안에 마요네즈를 바르고 완자, 소스, 햄, 오이피클, 머스터드, 양상추, 치즈 등을 얹어 햄버거를 만든다. ⑤ 마지막으로 볼빵에 해바라기씨를 붙이고 이쑤시개를 이용해 고정시킨다. ⑥ 완성된 톳미니햄버거를 포장한다.

아이들은 시종일관 열심하고 진지했다. 고사리 손으로 톳을 자르고 양상추를 물에 씻었다. 볼빵에 개구리눈을 붙이는 것을 가장 재미있어 했다. 치즈를 미리 떼어 놓는 바람에 서로 엉켜 애를 먹었다. 오이 피클을 싫어해서 빼는 친구도 있다. 자신들이 먹을 햄버거 말고 2개 들이 30 세트를 더 만들어 정성껏 포장했다.

아이들과 교사들은 포장한 미니햄버거를 가지고 농업기술센터 앞 도로에서 지나는 주민들에게 무료로 나누어 주었다. 행인이 많지 않아 결국 노두리 골목골목 대문을 노크해 주민들에게 손수 전달했다.

주변을 정리한 후 아이들과 교사들은 사진조, 그림조, 편집조 등으로 나뉘어 서로 논의하며 발표 준비를 했다. “맛이 없다” “서 있는 게 힘들다”는 소감이 많다. 그러나 “만드는 동안 힘들었지만 재미있었고 나눌 수 있어 뿌듯하다”는 사진조의 평가는 제법 어른스럽다. 그림조의 소감은 감동적이다. “만들 때 고통은 2배, 나눌 때 행복도 2배”

그림조 준범이는 “사먹는 게 훨씬 낫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가게에서 파는 햄버거에 비해 맛이 덜한 까닭도 있겠지만, 비록 값싼 햄버거 하나일지라도 누군가의 만드는 노력과 정성이 없으면 안 된다는 준범이가 얻은 값비싼 교훈일지도 모른다. 2주 뒤에 만날 것을 약속하고 이들은 헤어졌다.

이음마을학교는 아이들이 마을 현장으로 달려가 직접 생산자들을 만나고 체험을 통해 우리 지역을 이해하고 자부심을 갖도록 어른과 아이가 함께 하는 완도의 생활문화교육공동체로 ‘완도교육혁신연대’가 주관한다. 이음은 ‘사람과 사람, 마을과 학교, 어른과 아이를 잇는다’는 뜻.

이음마을학교는 신지도 월양리 농장에서 감자캐기 체험을 했고, 신지도 수산종자연구소에서 김과 톳 등 해조류 양식 과정을 배웠다. 또 감자와 해조류를 재료로 직접 조리한 음식을 이웃과 나누기도 했다.

코로나로 인해 한동안 만나지 못했지만 이음마을학교는 연말에 김장 만들기 체험을 할 예정이고 그동안 활동한 내용으로 마을신문도 만들어 자신들의 경험과 배움을 많은 이들과 공유하겠다는 알찬 포부도 가지고 있다.

무언가를 알면 비로소 보이고, 보이면 그때 좋아하는 법. 우리 아이들이 마을로 간 까닭이 바로 이것은 아닐까. 이음마을학교와 거기에 다니는 아이들의 내일이 몹시 기대된다.

2020년 11월 3일 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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