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일자리사업, 조금은 달라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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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일자리사업, 조금은 달라졌나?
  • 박남수 기자
  • 승인 2023.11.03 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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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3년 5월 어느 날 일어난 일이다. 고금면이 주관하는 노인 일자리 사업에 참여한 그녀는 그날 일과를 마치고 트럭 짐칸에 실려 귀가하는 도중, 차량이 과속방지턱을 지날 때 생긴 충격에 그만 허리를 다쳤다. 그 일이 있은 뒤 그녀의 삶은 이전과 달라졌다. 하루하루가 지옥 같다.

그녀에게 그 사고는 이미 십년감수다. 남은 여생조차 고통의 나날이다. 그 사고 이후로 그녀는 노인 일자리 사업을 그만뒀다. 짤렸다. 얼마 동안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고 지금도 물리치료를 받아야 하며, 약은 약대로 복용했다. 누워 지내야 하는 환자 신세다. 걷기도 고통스러웠다. 그렇다고 밭농사 일을 버려둘 수 없었다. 그래서 허리에 두꺼운 보호대를 차고 여름내 고추, 서숙, 참깨, 콩 등을 돌봐야 했고 최근 가실걷이까지 쉴 틈 없이 일했다.

그간 고통은 이루 말할 수도 없고 치료(수술), 약값 등 비용은 고스란히 그녀 혼자 몫이었다. 독거노인인 그녀에게 고금면 사회복지 담당이 했다는 말은 너무 쉽다. 내 듣기로 대충 이런 거다. “작업 중 사고가 아니었으므로 그녀에 대한 국가 책임은 없다”는 식이다.

도로, 공원, 문화재 주변 잡초 제거나 환경정화 작업이 그들의 주된 일이다. 각 마을에서 추천하는 여성 노인들로 구성되며 모두 50명 정도로 이들을 2개 반으로 나누어 봄부터 가을까지 사업을 진행한다. 작업반장인 남성과 약간의 보조가 더해진다. 예산 안에서 집행되기 때문에 시간과 급여가 정해져 있다. 매월 40시간 작업과 20만원 급여 정도인 것으로 안다. 아침 8시에 시작하여 오전에 일이 끝난다.

노인일자리 사업이 그리 힘든 일은 아니다. 개인들이 가진 도구는 낫과 장갑과 방석이 전부다. 올 여름 살인진드기가 극성일 때에도 그들은 풀숲에서 진드기에 무방비로 노출된 채 작업했다. 천만 다행히도 아무 사고 없었다.

그런데 문제는 그들을 실어나를 교통수단이다. 각 마을에서 선발된 인원들로 구성된 탓에 이른 아침에 매번 달라지는 작업장까지 각자 걸어서 모이기란 어려운 일이다. 일이 끝난 후도 마찬가지다. 그렇다고 완도군이나 고금면이 노인들을 위해 교통수단을 제공하려는 의지나 능력은 이제껏 없었고 앞으로도 없어 보인다. 그래서 그들은 자력갱생해야 했다. 트럭을 가진 한 노인에게 부탁해 그 차량을 타고 작업장으로 출근했고 또 집으로 퇴근했다. 자동차 연료는 갹출했다. 이른바 ‘분빠이’다. 5월 어느날 일어난 사고는 그런 상황에서 일어났다.

아름다운 실버를 위한 사업, 희망근로, 공공근로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린다. 일자리, 소득 창출, 사회참여, 성취감 고취, 활기찬 노후생활, 자원봉사 등의 의미를 두고 65세 이상 노인을 위해 국가가 마련한 공공 사업이다. 그토록 중요한 국가사업에 참여한 노인들을 위해 당연히 제공되어야 할 아름다운 수송대책(부대비용)은 첨부터 없었다. 그래서 불가피하게 참여자 스스로 자구책으로 마련한 트럭을 타고 퇴근(귀가)하는 길에 일어난 사고에 대해서 존엄한 국가는 책임이 없단다. 이런 국가라면 과연 정의로운가?

존경하는 국회 보건복지위 안철수 의원님, 이와 관련된 상임위 소속이시니 그녀를 위한 대책 좀 세워주세요. 다른 많은 여야 의원님들이야 싸우느라 바쁘실 테니 의원님께서 도와주십시오. 이제 그녀는 어찌 살아야 하나요?

그녀들로부터 기름값 받고, 그녀들을 위해 오래 봉사해왔던 노인(트럭 주인)은 경찰로부터 경고를 받고 이제 그마저도 더 이상 운행할 수 없다. 그래서 그녀들은 더 일찍 출근해야 했고 더 늦게 집으로 돌아와야 했다. 열심히 걸어서.

2013년 11월 3일 고금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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