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 하나 지키지 못한 ‘가고싶은 섬’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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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집 하나 지키지 못한 ‘가고싶은 섬’이라니
  • 굿모닝완도
  • 승인 2023.11.06 2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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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남수(굿모닝완도 발행인)

 

오래 전 알고 지내던 강진의 한 스님은 자신의 절을 찾은 사람들과 고금도, 조약도, 생일도, 완도, 해남, 강진을 도는 남도 투어를 했다. 생일도가 포함된 건 거기에 학서암이 있어서지만 사실은 스님의 입맛조차 사로잡은 대단한 맛집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름조차 글로벌한 월드식당. 된장이 들어가 칼칼하면서도 시원한 우럭매운탕은 다리 하나 건너고 또 배를 타고서야 닿을 수 있는 그 불편한 섬을 매년 한두 번 이상 찾게 했다.

지난 10월 22일 생일도에 갔을 때 먼저 학서암과 백운산을 올랐지만 산을 내려와 배 타기 전 넉넉하게 시간을 잡은 건 순전히 월드식당 때문이었다. 그런데 포구 앞 월드식당은 굳게 문이 닫혀 있다. “영업 종료” 팻말이 붙어 있다. 순간 느꼈던 실망감은 이루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지경이었다. 아, 이렇게 ‘가고 싶은 섬’이 월드식당조차 지켜내지 못하는구나. 앞으로 그 섬에 더 이상 ‘가고 싶을’ 까닭이 있을까 싶었다.

물어물어 결국 차로 10분쯤 떨어진 섬의 맨 끄트머리 금곡의 식당을 소개받았다. 역시 이름이 글로벌하다. 파라다이스 식당.

주문한 백반의 반찬으로 나온 생선구이가 나머지 밑반찬을 압도하고 남았다. 허전하고 배고픈 식객을 달래기엔 넘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집이었다.

돌아와 배를 타고 섬을 나왔다. 강진의 스님도, 정현 형도 그립다. 휴일에 섬을 찾은 객을 맞이할 포구 식당 하나 없는 ‘가고싶은 섬’이라니. 그동안 공들인 정책과 예산과 시간으로 뭘 요리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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