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0(원) × 4,000,000(개) = 1,400,000,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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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0(원) × 4,000,000(개) = 1,400,000,000(원)
  • 박남수 기자
  • 승인 2023.11.15 19: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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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완도=박남수 기자] 350(원) × 4,000,000(개) = 1,400,000,000(원)

봄에 태어난 어린 전복이 오늘 바다로 이사간다. 생후 7개월 만에 100원 동전 크기만큼 자랐다. 그런데 동전보다 비싸다. 몸값이 개당 350원. 400만 마리를 예상할 때 올해 소득은 무려 14억이라는 계산이다. 한 가족 넷에 이주 노동자 둘까지 총 여섯 식구가 만들어낸 실적이다. 대단한 일이다. 이들이 부러우면 전복 하러 완도로 올텐가?

다시마, 미역만을 먹은 줄 알았는데, 거기에 각종 미네랄, 비타민, 보약까지 먹고 자란 귀한 몸이다. 오늘부터 선별에 들어간 치패들은 배를 두번 갈아타고 멀리 노화도로 가거나, 가까운 평일도 바다로 이사간다. 오늘 일차로 체에 걸린 놈들은 자기들이 태어난 양식장 바로 앞 바다로 갔으니 고향생각은 덜하겠다.

전복 전국 생산량의 8할이 완도에서 난다. 경쟁이 심하다. 누구든 크고 빠르게, 그리고 무엇보다 많이 키우고자 무진 애를 쓴다. 그래서 전체가 위험하다. 바다 환경은 갈수록 나빠진다. 이를 모두가 알고 걱정하지만 아직 뾰족한 수는 없다. 앞으로 몇 년, 다들 시간만을 잰다. 지속가능한 전복(全鰒) 산업을 위해서는 의식과 비전의 전복(顚覆)이 필요하지만 전망은 늘 어둡다. 이래도 전복하러 완도로 올텐가?

검푸른 바다로 이사한 어린 놈들은 앞으로 2년 이상을 가두리 그물에서 미역과 다시마를 먹고 자랄 거다. 부디 건강하게 잘 살아라. 어떤 가난한 이의 밥상에 오를 그 날을 위해.

2013년 11월 15일 조약도 어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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