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자는 온몸으로 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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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자는 온몸으로 딴다
  • 박남수 기자
  • 승인 2023.11.21 17: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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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완도=박남수 기자] 완도 여기 저기 섬들 댕게봐도 유자는 역시나 고금도에 많다. 조약도에도 있으나 고금도만큼은 아니다. 거기부터는 밭에 유자 대신 미역과 다시마를 심는다. 그래서 밭에는 파란 그물망이 깔렸다. 고금도에서 볼 수 없는 풍경이다. 요즘 고금도를 다니자면 도로 주변은 물론이고 산 아래 밭에 어김없이 노랗게 유자 익어간다. 유자가 한창 유행하던 시절에 비하면 많이 줄어든 지금이 이 정도다. 청용리와 청학리에 많다. 두 마을은 유자마을로 지정돼 있다.

좀 전 지나갈 때 점심 먹던 엄마들이 어느새 유자 딴다. 인사하니 여기 저기 말 걸어온다. 인자 나도 선거 나가도 되겄다. ㅋㅋ 울 엄마 이름 정옥이도 나오고, 내 이름도 나온다. 모도 우리 동네 숙모님, 형수님이니 그럴 밖에. 얼마 전 귀향한 익순이 형님도 만났으니 그야말로 횡재다.

유자 따는 일이 여간 고약스런 게 아니다. 가시에 찔리면 쓰리지 않고 아린다. 근데 유자를 손으로만 딸 수는 없는 일이다. 사다리에 올라 온 몸으로 가지며 이파리를 지대로 보듬아야 일이 된다. 그러자면 가슴이고 어깨며 얼마나 가시에 찔릴까? 일 끝나고 집에 돌아가면 온 몸이 상처 투성이란다. 가시 무서우면 유자를 딸 수 없다고.

유자차가 달콤한 이유 이제 알겠는가? 설탕 때문만은 아닐 터.

2013년 11월 21일 고금도 청학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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