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이 어찌 달기만 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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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이 어찌 달기만 하겠는가
  • 굿모닝완도
  • 승인 2023.12.16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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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완도=박남수 기자] 작년 여름(7월), 빈 껍데기를 끈에 묶은 다발을 밧줄에 대롱대롱 매달아 바다에 띄웠다. 채종(바닷가에서 씨를 받음) 한 후에 옮기는 수도 있다. 그렇게 일 년 반을 물에서 키운 굴을 요새 건져 수확한다. 낫으로 굴 다발을 하나씩 베서 배 위로 올린다. 바람이 불거나 물살(파도)이 거센 날이면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대개 남자들의 일이다.

충무리 손복열 아부지가 젊었던 어느 겨울날, 멀리 조약도 화가리에서 혼자 그물 놓다가 그만 물에 빠졌다. 도와줄 이는 없고 두껍게 껴입은 솜옷에 물은 무장 차 올랐다. 죽을 힘을 다해 겨우 배로 올랐는데, 지오 엔진 시동은 안 걸리드란다. 그물이고 뭐고 다 버리고 집까지 한 시간 넘는 거리를 노를 저어 돌아와서는 막걸리 두 병 마시고 잠에 빠졌는데 다행히 아침에 살아나더라고.

서러운 사연 하나씩은 다 품었을 늙은 우리네 부모들은 이제 삭신이 굽거나 절거나 먹거나 멀었다. 그래도 배 가득 굴 싣고 선창으로 돌아와 낡은 경운기에 실어 집으로 향한다. 굴막에서 굴 까며 기다리는 엄마에게로. 굴이 어찌 달기만 하겠는가?

2012년 12월 16일 고금도 충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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