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넘버 원 해남 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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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넘버 원 해남 김
  • 박남수 기자
  • 승인 2024.03.03 19: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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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완도=박남수 기자] 재미나는 옛날 얘기 하나 할까요?

아주 옛날 완도에 김이 참 많이 났다네요. 개도 지폐를 입에 물고 다녔는데 거기에 얽힌 사연이 재밌어요. 금당도가 고향인 분의 증언입니다.

그때 생산된 김은 여러 등급이 있었는데 그 중 최상품은 일본으로 전량 수출했답니다. 그래서 그 김을 만들기 위해 전기도 없는 밤이나 새벽에 호롱불 켜고 김에 섞인 파래 같은 잡태를 골라냈다고 하네요. 그렇게 수협에 김을 팔아 받은 지폐를 보따리에 넣고 막걸리 한 잔 걸치고 잔등 넘어 오는 길은 깜깜했겠지요. 도중에 길가에서 일을 보고 뒤를 닦아야 하는데 휴지가 어디 있겠어요. 그래서 500원 지폐를 꺼내 구겨 뒤를 닦고는 버리고 집으로 왔다네요. 그 집에서 키우던 완도개(진도개 아님)가 그 인분을 맛있게 먹고 남은 지폐까지 입에 물고 집으로 돌아왔다네요. 그래서 당시 개도 지폐 물고 다니던 호황을 누렸다는 시절이 있었지요. 믿어지시나요? 그럴 듯합니다.

완도하면 김이요, 김하면 완도였지요. 어릴 적 시험에도 많이 나왔던 걸로 알아요. 그러면 지금 완도 김은 어떨까요? 소안도 같은 완도 남부 일부 섬과 당인리 주변 완도 서부 바다에서만 소량 생산됩니다. 대신 김은 해남과 무안, 신안 그리고 서해안에서 대부분 생산됩니다. 완도 옆 장흥에서는 무산김이라는 이름으로 차별화합니다. 무산김이란 잡태가 자라지 않도록 쓰는 일종의 제초제로 산(화학약품)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이후 김을 포기하는 대신 완도는 광어 양식이 대표상품이 되었고 지금은 다시 전복이 김의 자리를 대신했습니다.

완도가 누리던 김 챔피언의 자리를 이제 해남이 차지합니다. 김 생산량 1위에, 이번 수출실적에서도 큰 비중을 차지했다네요. 지난 2월 25일 "김의 날"을 제정하고 각종 행사를 벌이더군요. 김 학술대회와 전국 김 품평회, 김 체험행사 등 대단합니다. 내년 행사는 꼭 보러 갈랍니다. 기다려집니다.

완도에서 일반인이 김을 체험할 수 있는 날은 장보고축제장 뿐이지요. 김을 뜨고 널어 말릴 수 있고 해마다 김밥을 만들어 기네스에 기록을 올리더군요. 올해(2013년) 김밥의 길이는 213미터겠군요. 그거 기네스에 올려 무슨 도움이 되는지 몰겄습니다. 좀 답답합니다.

어쩌면 이제 완도바다는 김이 더 자랄 수 없는 곳일 지도 몰라요. 광어 밥에 섞인 항생제와 전복양식 때 쓰이는 세척제와 소독약 등과 모두가 버리는 온갖 생활 쓰레기로 바다가 병들고 신음하기 때문이지요. 우리가 김을 버린 게 아니고 김이 우리를 버렸을 지도 몰라요.

해남이 정한 "김의 날" 소식을 보고 들으며 여러 생각을 합니다. 이제 맛있는 김을 먹으려면 해남 어란으로 가야합니다. 그런 말 아시죠? 산토끼 쫓다가 집토끼도 놓친다는 얘기. 개가 지폐 물고 다닌다는 말은 이제 그저 전설로만 남게 될 모양입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듯 내년에는 전국 최초, 아니 세계 최초로 완도에서 국제 해조류박람회가 열립니다. 하기사 김 말고도 아직 완도에는 미역도, 다시마도, 톳도, 청각도 많으니 걱정 없겠지요.

내일 모레 완도에서 유일하게 지주식 김이 생산되는 고금도 청학마을로 가볼 생각입니다. 김 만나러 갑니다.

2013년 3월 3일은 삼겹살 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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