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입도 금지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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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입도 금지의 기억
  • 박남수 기자
  • 승인 2024.03.28 17: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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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완도=박남수 기자] 그동안 그 섬으로 가는 배를 막은 건 바람과 어둠뿐이었으리. 근데 이참에 또 하나 생겼다. 신종 또라이 바이러스. 주말 입도 금지 명령을 집행하는 공무원의 눈초리가 매섭다. 수상한 놈은 절대로 놓치지 않겠다는 듯.

사실 지역 주민 외 입도금지 명령이 내겐 몹시 땡겼다. 이기적인가? 그래서 느닷없이 배를 탔다.

청산도 슬로길 1코스와 2코스를 우리 부부만 걸었다. 익은 뻘뚝을 한 주먹이나 따먹었다. 으름 꽃은 막 벌어지고 길가 벚꽃은 제철이다. 여의도 사쿠라도 피었다지? 손님 맞을 채비를 끝낸 유채는 징하게 억울하겠다. 햇살이 쬐끔 부족하고 바람이 쪼까 산만하지만 견딜만하다.

화랑포까지 끝낼 것을 사랑길의 유혹에 그만 넘어가 2코스를 더 걸었다. 산길이 좁으니 오히려 좋다. 온갖 풀 나무가 풍기는 향기에 머리 속이 시원해지고 온몸이 깨끗해진다. 새들 지저귐이 파도소리랑 잘 어울렸다. 화랑포서 끝냈으면 후회할 뻔했다.

1시 배로 들어와서 6시 배로 나왔다. 제주 올레가 생각났다. 청산도 슬로길을 나만 걸은 건 순전히 놈들 덕분이다. 올봄에 섬도 좀 쉬라는 뜻일런지. 허나 어디 봄만 청산이랴? 여름도, 가을도, 겨울도 청산은 거기 있으니 다들 가보시라.

차 없으니 그제사 길이 보이고 새소리, 바람소리, 풀내음이 지대로 느껴지드라. 청산에 갈 때는 부디 차는 놓고 가시라. 그래야 청산이 보이고 들리니까.

2020년 3월 28일 청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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