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숲은 훌륭한 백신이자 종합 비타민 Let's Go to Village For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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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숲은 훌륭한 백신이자 종합 비타민 Let's Go to Village Forest
  • 박남수 기자
  • 승인 2022.01.24 01: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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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와 숲 찾는 경건한 여행 제안
박남수(굿모닝완도 발행인)

군청 주차장과 도서관 앞에서 큰 나무가 자란다. 500살은 족히 되었을 거다. 아무 산이나 들에는 그런 나무들이 없다. 오직 사람들이 살고 있는 마을에만 있다. 맨 처음 누가 심었을까? 베어내 집 짓거나 배를 만들고 또 땔감으로 쓰지 않고 오래 지켜온 이유가 뭘까?

섬마을 바닷가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바람이 젤로 걱정이다. 겨울엔 차가운 북서풍이, 여름엔 태풍이. 바람으로부터 마을을 지켜내기 위해서는 바람을 막아줄 튼튼한 벽이 필요했다. 사람들은 나무를 심기 시작했다. 아무도 거기 나무들을 베어내지 못하도록 약속을 했고 규칙도 만들었다. 그걸로 부족했던지 무서운 이야기도 만들어 냈다. 그곳에 함부로 들어가거나 나무에 손대면 재앙이 오고 재수가 없다고. 사람들은 그걸 믿었다. 또 거기에 당집을 짓고 매년 정월 대보름날 정성껏 음식을 차려 제사를 드렸다. 가장 멋진 음악을 연주하고 춤으로 공연도 했다. 숲을 위해서. 덕분에 마을 사람들은 바람으로부터 추운 겨울을 이겨낼 수 있었고 여름철 큰 태풍으로부터 집과 농작물을 지켜낼 수 있었다.

그런데 숲이 바람만 막아주었을까? 바람에 실려오는 외래 세균이나 전염병들도 걸러주었다. 그러면 나무들이 뿜어내는 피톤치드 같은 강력한 항균물질이 놈들을 제거했다. 사람들이 함부로 숲에 들어가면 안 되는 데는 이유가 있었다. 외부로부터 들어온 해충들은 숲에 사는 새들이나 또다른 곤충들이 제거해 주었다. 땅속에서는 놈들을 분해하기 위해 토양생물들이 대기하고 있었고. 그러고 보면 마을 숲은 바람뿐만 아니라 바람과 함께 들어오는 온갖 세균과 병균으로부터 마을을 보호해 주는 종합 백신이자 방역센터였던 셈이다.

그런데 요즘은 그 나무와 숲이 점점 힘을 잃어가고 있다. 보호수로 지정했다지만 사람들의 관심 밖으로 무장 밀려났다. 믿음도 사라졌다. 그래서일까. 바이러스가 세상을 점령해 버렸다. 백신이나 마스크도 없던 시절에 마을 숲은 바람에 실려오는 무서운 전염병으로부터 사람들의 건강을 지켜온 든든한 백신이자 치료제 역할도 했음을 기억했으면 좋겠다.

바닷가 섬마을 최전선에서 수천 수만의 풀한 잎들을 펼치며 여름 태풍과 겨울 하늬바람을 막아내는 아름들이 느티나무, 팽나무, 후박나무. 수백년 마을의 역사를 고이 기억하고 있을 나무와 숲을 찾는 경건한 여행이나 해볼까. 더 늦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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