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당도까지 너무 먼 청정바다 수도(首島) 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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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당도까지 너무 먼 청정바다 수도(首島) 완도
  • 박남수 기자
  • 승인 2020.05.26 20: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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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4년 7월 23일 금당 가학항에서 금당과 장흥 노력도 사이를 오가는 완농페리2호의 취항을 축하하는 행사에 금당도 주민들이 축하하고 있다.
지난 2014년 7월 23일 금당 가학항에서 금당과 장흥 노력도 사이를 오가는 완농페리2호의 취항을 축하하는 행사에 금당도 주민들이 축하하고 있다.

2014년 6월 지방선거 때 일이다. 전남도의원선거 완도군제2선거구 민주당 후보경선을 위한 여론조사 결과를 놓고 이의신청이 들어왔다고 한다. 금당면 지역이 조사 대상에서 빠졌다는 것이다. 그 지역 출신 예비후보가 불리할 것은 당연한 일. 문제의 발단은 전화번호였다. 완도군 전화번호는 55로 시작되는데 금당면은 국번이 84나 85번으로 여론조사 기관이 실수로 이를 누락했기 때문이다. 결국 이의선청은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금당면 주민들은 당시 선거에서 자신들의 기본권에서 적지 않게 손해 봤다.

금당면은 전체 인구가 1000여 명이 넘는 결코 작지 않은 섬이다. 완도군의 맨 동쪽에 있다. 동쪽으로 고흥 거금도가, 서쪽으로 장흥 노력도가 있다. 남쪽으로 완도군 평일도(금일읍)가 있어서 금당도는 3개 군에 둘러싸인 형세다. 과거 금당도 주민들은 자신들의 지역을 고흥군에 편입시켜 주기를 바랐다고 한다. 섬 생활도 이만저만 불편한 게 아닌데 이런저런 차별도 한몫 했기 때문이다.

금당도 사람들이 섬을 들고나는 방법은 고흥 녹동과 장흥 노력도, 그리고 완도 평일도(금일읍) 등 세 방면의 뱃편이다. 대부분 장흥이나 고흥으로 간다. 빠르고 쉽기 때문이다. 이들이 완도 군청이나 교육청에라도 갈라치면 꽤나 복잡해진다.

가장 빠른 방법이 금당 가학항에서 배를 타고 장흥 노력항으로 가는 편이다(30분 걸림). 거기서 버스나 택시를 타고 회진, 다시 버스로 장흥읍 버스터미널로 간 다음에 거기서 완도 가는 버스를 탄다. 이 버스는 강진과 해남을 거쳐서 완도로 간다. 집에서 나와 운이 충분히 좋다면 서너 시간 후에 완도에 도착할 것이다. 첫배(6시30분)를 타도 점심 밥 때 맞추기 쉽지 않다. 군청에서 일을 다 본 뒤에 다시 노력항에서 막배(오후5시)를 타려면 정말 서두르지 않으면 안된다. 금당도에서 청정바다 수도(首島)는 멀기만 하다.

만약 금당 우두항에서 첫배(8시)를 타고 고흥 녹동항으로 간다면 완도는 더 멀어진다. 첫배로 금일 동송항(7시 15분)으로 간 후 택시와 버스를 번갈아 타고 금일 일정항에서 바다를 건너고 약산 당목항에서 버스를 타고 고금도-신지도-완도까지 가는 여정도 금당 주민들에게는 만만한 코스는 아니다.

장흥(노력)과 고흥(녹동) 그리고 금일(평일도) 등 세 방면을 통해 완도 가는 길은 당일치기로는 매우 어렵다. 금당과 완도가 결코 일일생활권이 아니란 얘기다. 어떤 경우라도 첫배로 섬을 나와 완도로 가는 길이 광주나 순천 가는 것보다 더 멀다. 선박, 택시, 버스 등을 갈아타자면 들어가는 비용도 적지 않다. 이처럼 시간과 비용 양면에서 금당 사람들은 다른 읍면 주민들에 비해 심각한 차별을 받고 있는 셈이다.

요즘 고금도와 조약도는 물론, 평일도와 생일도 주민들도 완도에서 의료, 쇼핑, 문화 등 서비스를 주로 이용한다. 2017년 말 개통된 장보고대교 덕분이다. 거기다 이곳 주민들은 단돈 천원이면 어디서라도 버스를 타고 완도에 다녀올 수 있다. 고금과 약산 노인들이 완도 장날 천원 버스로 장을 보고, 완도군이 제공한 천원 목욕권으로 사우나 한 뒤에, 팥죽으로 점심을 해결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그런데 완도행 천원 버스나 천원 목욕권도 금당 노인들에게는 꿈 같은 이야기다.

지금과 같은 현실에서 금당 학생들이 대중교통을 이용해 완도 지역 고등학교로 진학하고 통학하기란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금당 아이들이 완도고나 완도수고를 버스로 다닐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완도에 집이 있는 금당면사무소 직원들은 섬에서 주중 근무하고 금요일 오후 배로 나온 뒤 장흥 노력항에 주차된 차를 운전해 마량(강진)-고금도-신지도를 거쳐 완도 집으로 간다. 자가용 승용차가 있는 사람들도 장흥 노력항에서 장보고대교와 신지대교를 건너 똑같이 완도로 간다. 교통 약자나 학생들도 이들처럼 하면 된다. 1시간 정도면 족하다.

금당면사무소 전화번호는 다행히 55로 바뀌었지만 대다수 주민들의 번호는 여전히 84(85)번이다. 이걸 55로 바꿔주는 일만큼이나 금당 주민이 아침에 집을 나서 완도군청에서 민원을 해결하고(혹은 행사에 참석한 뒤) 완도에서 점심 먹고 해걸음에 다시 집으로 돌아갈 수 있게 해주는 것이 결코 어려운 일은 아닐 것이다. 마찬가지로 완도 주민들이 금당의 비경인 금당팔경을 유람하고 거기서 점심을 먹은 뒤 다시 완도로 돌아오게 하는 것이 뭐 그리 어렵겠는가. 서너 시간 걸리는 거리를 한 시간으로 줄일 수도 있다. 의지만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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