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품권’만 남기고 갔단다... 햇빛연금은 어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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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권’만 남기고 갔단다... 햇빛연금은 어디로?
  • 굿모닝완도
  • 승인 2023.10.16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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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남수(굿모닝완도 발행인)
현재 태양광발전사업이 추진되고 있는 고금도 간척지를 하늘에서 본 풍경이다. 완도군이 개정하려는 도시계획 조례가 군의회에서 통과되면 장중리 간척지, 청용리 간척지 등으로 태양광발전사업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신안군은 지난 2018년부터 시작한 태양광(풍력) 발전 관련 사업의 진행 과정의 이야기를 ‘신재생 에너지 개발이익 공유제 백서’ 3권(약 4,800쪽)에 담아 2021년 발간했다.

 

추석 명절을 앞둔 지난 9월 13일 고금도 A마을 주민들은 한껏 들떠 있었다. 무엇에 홀린 듯 손에 통장과 도장, 주민등록초본과 만원 지폐를 들고 마을회관으로 몰려들고 있었다. 그들의 얼굴은 여유로웠다.

한글 공부하던 그녀들의 교실 탁자엔 사업자 측 여직원이 앉아 무언가 접수하고 있었고 그 끄트머리엔 젊은 여성만이 의혹의 눈초리로 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이리저리 분주하던 옆 마을 주민 B씨가 나를 보고 경계의 눈초리로 인사했다. “무슨 일로 왔느냐?” 그는 이번 거사의 총대를 멘 듯 전체 상황을 총괄하고 있었다.

그날 회관에 나온 주민들은 만원과 서류를 제출하고 도장을 찍었다. 이제 그들은 고금 간척지 태양광발전사업 추진에 동의하는 주민이 되었다. 언제부턴가 주민들은 “햇빛연금” “매달 봉급” 등 달콤한 소문을 들어 왔고 지금 그 말을 마법의 주문처럼 믿고 마을 이장의 수차례 방송을 따라 이곳까지 오게 된 것이다.

그들이 장차 받게 될 봉급의 규모와 연금의 근거 그리고 구체적인 계약서 등은 어디에도 없다. 다만 ‘신안군처럼’ ‘신안군 때문에’ 등 뜬구름 같은 이야기를 들먹이며 신안군을 맘껏 이용했다. 사업자들이 그랬고 공무원들도 마찬가지였다. 도대체 신안의 무엇이 문제인가?

신안군은 완도군에 없는 것이 둘 있다. “햇빛과 바람이 지역 주민의 자산”이라고 믿고 ‘지역 개발이익 공유제를 과감하게 추진한 군수와 신안군이 제정한 ’신안군 신재생에너지 개발이익 공유 등에 관한 조례‘가 그것이다.

신안군은 오는 2030년부터 태양광발전과 풍력발전 등으로 생긴 수익으로 군민 1인당 매달 50만원의 햇빛(풍력) 연금을 받는다는 야심찬 목표를 세우고 있다. 햇빛과 바람이 중동 사막의 석유처럼 주민들의 공유자산이므로 거기에서 발생한 이익은 마땅히 주민들에게 돌아가야 한다는 논리와 이를 사업자와 주민 모두에게 제도로 강제한다.

주민들이 주민조합을 설립하면 군수의 주선으로 금융권에서 대출을 받아 이 돈으로 발전사업법인(SPC)이 발행한 채권을 인수한다. 총 투자비의 4%에 해당하는 큰 돈이다. 이 과정에서 주민조합의 신용이나 담보 혹은 사업의 파산 시 주민들의 책임은 전혀 없다. 주민들은 단지 1만원으로 조합원에 가입하면 끝이다. 그러나 주민들은 발전 시작부터 끝까지 사업수익의 30%를 햇빛연금으로 나눠 받는다. 이미 받고 있는 곳도 있다. 한 군데 총사업비가 5,000억원이라고 가정할 때 주민조합이 은행에서 대출받아 투자하는 돈은 200억원에 이른다. 이 돈의 상환도 발전사업법인이 매년 분할 납부한다.

‘그놈의’ 개발이익공유제 때문에 신안에서 재생에너지 사업을 하려는 발전사업자는 ‘피 같은’ 자기 수익 30%를 주민들과 나눠야 한다. 이 사업에 동의하는 대신 사업자는 주민수용성을 자동으로 확보해 사업의 탄력을 받게 된다. 물론 동의하지 않으면 주민 100% 동의를 구해야 한다. 이건 불가능에 가깝다. 이 문제로 감사원으로부터 1년 넘게 감사를 받아야만 했다.

예정대로라면 신안군 주민은 2030년부터 1인당 매달 50만원을 받는다. 4인 가족이라면 200만원이다. 어린이라고 예외가 아니다. 여기에 아동수당도 새로 만들어졌다. 이런 환경이라면 신안군에 전입하려는 인구는 점차 늘 것이고 아이들도 더 많이 태어날 것이다.

고금도 간척지 농지에 추진되고 있는 태양광발전을 주도하고 있는 사업자들이 신안의 예를 들면서 ‘햇빛연금’처럼 매달 봉급을 주겠다며 주민들을 홀려 여기에 넘어간 노인들이 이미 과반을 넘겼다고 한다.

완도군은 태양광발전에 찬성하는 주민이 늘었다는 여론을 근거로 도시계획조례 개정안을 현재 군의회에 제출해 놓은 상태다. 큰 이변이 없는 한 완도군의회는 이번주 내로 개정안을 통과시킬 것이다.

그런데 이거 하나만은 명확하게 짚고 가자. 지금 진행되고 있는 태양광발전사업의 수익 중 과연 얼마가 지역과 주민들에게 돌아가고 그 방법과 근거가 어디에 마련되어 있는가. 동의서에 도장을 찍은 주민들은 대부분 그 소문을 믿고 ‘마술피리’를 따라간 만큼 완도군의회는 그 소문의 진위를 따져야 한다. 그 다음에 개정해도 늦지 않다.

신안군에 있는 재생에너지 개발이익 공유 조례가 완도군에는 없다. 유일하게 신안을 흉내낸 것이 주민 1만원 출자(가입비)다. 그런데 이마저도 1만원 상품권으로 되돌려 주었다. 그러니 발전사업자 측에서 주민들에게 진 빚(투자)은 제로다.

결국 ‘연금’ ‘봉급’ 등의 아무 근거 없는 주문에 속은 주민들의 도장은 태양광발전 시설의 주민 주거지역과의 이격거리 규정을 줄여 태양광발전 면적을 확대하고 주민수용성 기준을 완화시키는 조례 개정을 위한 여론조성에 이용당한 일회용 소모품에 불과했고 이제 공은 완도군의회로 넘어갔다. 현재 군의회에 제출돼 개정하려는 완도군 개정안의 핵심은 이격거리 완화(500미터 → 100미터)와 주민 동의 숫자(과반)이다.

이제 고금도는 옆 조약도가 그랬듯 이미 동의서에 도장을 찍은 주민과 태양광발전사업에 반대하는 주민들 사이에 반목과 갈등만 남았다. 이게 다 신안군수와 완도군수 덕분이다. 그 동안에 사업자는 ‘상품권’만 남기고 갔다. ‘햇빛연금’은 어디에 있는가?

주민이 1만원 내면 매달 자동으로 연금을 지급하는 착한 사업자가 세상천지 어디에 있겠는가. 그 출자금 1만원도 완도사랑상품권으로 되돌려주지 않았는가. 신안 주민들은 수십억에서 수백억 원의 돈을 자기들 명의로 은행에서 대출받아 투자한 것이고 거기에 대한 배당이 바로 햇빛연금이다. 완도는 그러한가. 세상에 공짜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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