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치유의 적들] 해양치유 하러 가는 위험한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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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치유의 적들] 해양치유 하러 가는 위험한 길
  • 박남수 기자
  • 승인 2024.01.15 22: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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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남수(굿모닝완도 발행인)
당목항을 앞두고 차선이 좁아진다(붉은 점선). 거리가 100여 미터쯤 된다. 당목 마을에 이런 구간이 세 번 나온다. 2년 전 국도로 승격시켰다며 신우철 완도군수가 자랑하던 도로이다. 

지난 2021년 5월, 고금도에서 고흥 거금도에 이르는 42.4킬로미터 바닷길이 국도(27호)로 승격됐다. 신우철 군수는 “88킬로미터 거리단축, 물류비용 절감, 영호남 접근성 개선, 해양관광 수요창출 등으로 우리 완도가 해양관광 거점 도시로 도약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해안관광도로가 완공되면 약산, 금일, 금당, 고흥이 다리로 연결돼 접근성 개선으로 1,000만 관광객 시대가 앞당겨진다는 것이 완도군의 야심찬 계획이다.

그러나 외부 관광객들이 빛의 속도로 달리게 될 장밋빛 미래와는 달리 약산, 금일, 생일도 사람들이 다니는 오늘의 길은 어떤가?

약산 당목 입구(당목숲)에서 당목항에 이르는 1.5킬로미터 구간 중 황색 중앙선이 세 번 사라진다. 왕복 1차선으로 길이 좁아진다. 그 거리의 합이 수백 미터는 될 듯싶다. 오는 5월이면 승격 3주년을 맞는 국도 27호선 전 구간 중 약산 당목 같은 왕복 1차로가 과연 어디에 있을까?

완도군청에 약산 당목 도로 개선 계획을 물었더니 건설과 담당 직원은 “제6차 국도ㆍ국지도 5개년 계획이 확정되는 2025년 말쯤에야 구체적인 대책이 마련될 것”이라고 답했다. 그때까지 개선 대책은 없고 현 상태를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당목항은 평일도(금일읍)와 생일도로 들어가는 국가어항이다. 이동하는 교통량이 매우 많다. 거기에다 당목항 뒤편엔 해양치유산업의 핵심 시설인 약산 해안 치유의 숲이 있다. 당목항을 이용하는 섬 주민들은 당목 1차로 국도에서 아무런 안전장치도, 개선책도 없이 염소 둘이 외나무다리에서 서로 만나듯 알아서 위험을 피하고 양보하며 살아가야 한다.

어디 그뿐인가? 여객선, 화물선에 오르고 내리는 비좁고 위험한 당목항 입구에서 어구를 파는 업주는 도로 1차로를 점거하고 굵은 밧줄을 펼쳐놓고 지게차를 이용해 작업하는 중이다. 양옆 도로 갓길에는 말뚝을 박고 밧줄을 쳐 접근조차 못한다. 이런 위험한 상황을 계도하거나 개선하려는 이는 없다. 대형트럭과 군내버스와 승용차들은 중앙선을 넘나들며 달릴 뿐이다. 해안 치유의 숲으로 가는 길이 지척이다.

국도승격이라는 성과를 발표할 때는 마라톤 코스 거리가 금방이라도 다리로 연결될 것처럼 호들갑을 떨더니 정작 수십년을 불편하게 살아온 주민들의 좁아지는 1차로 국도선 문제는 관심 밖이다. 개선하려는 아무런 계획조차 없는 것이 완도군 해양치유산업의 현주소이다.

3개 도서 주민들이 이용하는 당목항 물양장에서 일가족이 탄 승용차가 바다에 빠져 사망한 것이 불과 1년 전의 일이다. 복잡하고 위험한 물양장을 안전하고 편리한 항으로 개선하려는 노력은 하고 있는가? 당목항을 이용하는 주변 상가 업주들과 관광객과 섬 주민들이 일상적으로 노출된 위험 속에 살아가는데 해양치유 타령만 반복할 것인가? 예정된 불행을 언제까지 수수방관할 참인가?

당목항 매표소(화장실) 옆 도로 1차로를 인근 상가 업주가 어구(밧줄)를 펼쳐놓고 지게차를 이용해 작업하고 있다. 도로 양옆 갓길 역시 말뚝을 박고 줄을 쳐 통행을 막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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